근데, 잠깐.
잠시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5년 6월에 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2016년 1월에 20달러대로 떨어졌다. 하락 원인은 수요 감소와 달러화 강세, 그리고 투기자금의 영향이었다. 국제유가는 2016년 내내 천천히 상승, 연말에는 50달러대로 올라섰다. 2008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생겼다. 9월 내내 100달러를 상회하던 국제유가가 12월에 30달러 초반대로 폭락했다. 그 이유는 유럽의 경제위기였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2009년 내내 천천히 상승해 다시 100달러대로 올라섰다. 2015년은 메르스 발생 기간과 겹치나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에는 국제유가가 상승하였다. 그럼 이번에는 어떨까?
국제시장에서 원유 및 석유제품 가격의 변동요인은 크게 산유국의 생산량 급감이나 국제경기 변동으로 인한 수요변동, 그리고 원유재고량과 같은 수요자와 공급자에게서 발생하는 요인들과 투기자본이나 달러화 환율 등의 금융 부문에서 오는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재고량이 자꾸 변하는 이유는 계절에 따른 석유제품 소비량의 변동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들이 모두 북반구에 있다 보니 생기는 현상인데, 여름에는 바캉스 등 여행수요가 몰려 휘발유 수요가 늘고 겨울엔 난방유 수요가 늘어난다. 미국은 여름철 휘발유 소비를, 유럽은 겨울철 난방용 유류 소비를 주도한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가장 강해진 요인은 투기자본이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1~2월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을 때 국제유가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 중국의 수요 감소가 불을 보듯 뻔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다가 3월 들어 유럽과 미국에 번지기 시작하자마자 급격히 가격이 내려갔다. 게다가 사우디가 증산한다고 했는데, 중동의 두바이시장 가격보다 미국 시장의 WTI 가격이 더 빠르게 하락한 이유는 거의 모두 미국과 유럽의 투기자본 영향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가들이 보는 전망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올해 여름철 바캉스 시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진행 중인 경기 둔화에다 지난겨울에 정유회사들이 쌓아놓은 휘발유 재고를 더하면 한동안 석유제품이 남아돈다. 둘째, 겨울철 난방을 위한 석유류 사용은 줄어들 이유가 없으며 겨울이 되면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어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 때 석유 가격은 1년 정도의 기간 안에 천천히 회복됐다 등이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 돼 저유가에 영향을 받는 산업이 늘었다는 점이다. 정유 산업은 물론, 조선과 철강 산업 등이 중동 석유메이저나 미국 셰일가스 산업에 수출하던 물량이 줄어 영향을 받는다. 고유가 대책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저유가 대책도 필요하게 됐지만,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20세기이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불똥을 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정도밖에 준비하지 않으면 이번 사태로 인해 나타날 다음의 변화와 기회에 대비하지 못하게 된다. 과연 앞으로 1년,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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