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주권 발급 60일 중단"...겉으론 국익, 속으론 재선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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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4-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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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시민 직계가족·이주노동자 제외..."영향 수만명 수준 상징적 조치"

  • 대선용 정책...지지율 하락 국면서 기업·농민·극우 지지층 결집 노려

  • "최고 외국인 혐오자...정치적으로 생명위기 이용하는 독재자" 비판

미국 정부가 일부 그린카드(영주권) 발급을 60일간 중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드라이브 탓이다. 코로나19 확산 저지와 일자리 보호를 명목으로 이민을 잠정 중단했지만, 재선을 앞두고 떨어지는 지지율에 다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며 "지금 행정명령을 작성하고 있다. 아마도 내일쯤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더더욱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이민 중단은 미국 시민의 중대한 의료 자원을 보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민 관련 조치를 추가로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 속에서 '위대한(GREAT)'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미국으로의 이민을 잠정 중단한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겠다"고 갑작스럽게 선언하고 아무런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언론들과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여 다양한 예측을 내놓으면서도, '전면적인 이민 중단'일 경우 경제·사회적 충격의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우려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처 실행 준비를 마치지 못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그린카드(이민비자·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의 이민을 60일간 중단하고 향후 기간 연장도 추가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미국 비자 소지자와 영주권 취득 희망자 등에 타격을 주겠지만, 전날의 우려보다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민이 자녀와 배우자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영주권 발급을 계속 허용할 뿐 아니라, 일시적인 이주 노동자(H1B 비자)에게는 해당 조치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WP와 영국 BBC 등은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국무부와 시민이민국(USCIS)은 각각 46만건과 58만건의 이민 비자와 영주권을 처리하는 등 미국 정부가 한해 통상 100만장의 그린카드를 발급한다고 전했다. 이 중 70%는 미국 거주자의 친인척에 해당하고, 고용을 목적으로 발급하는 그린카드의 80%는 이미 미국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이민 제한 조치 영향으로 미국 입국이 제한될 외국인의 규모를 수만명 수준으로 추산하면서 "현재 영주권 소지자의 친척, 취업 제의를 근거로 영주권 획득을 추진하는 경우를 포함해 다른 대부분의 영주권 취득 경로는 막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은 해당 조치가 '상징적' 의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정부가 이미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 입국과 이민 수속 절차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2016년 대선 당시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GREAT AMERICA AGAIN)' 캠페인과 같이 이번에도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목적이 농후하다고 평가했다.

NYT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임시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H1B 비자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결국 재계와 농민들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해당 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외출할 수 없는 미국인들을 대신해 식품 생산과 보건 분야 등 사회 필수 분야에 종사하며 멈춰있는 미국을 지탱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절농장 노무자부터 첨단기술 인력까지 다양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로 멈춰버린 미국 사회와 경제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을 악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주요 지지층인 기업과 농장주에게 정책 혜택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과 비영리 정치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를 놓고 코로나19 부실대응 책임에 대한 관심을 반이민 정서로 분산하기 위한 "국가를 분열시키는 외국인 혐오적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하킴 제스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 외국인 혐오자"라고 지칭했으며,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도 "코로나19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반이민 어젠다를 진전시키려는 독재자나 할 법한 조치"라고 맹비판했다. 
 

21일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브리핑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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