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시조의 자손으로 구성되는 '종중'은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지만 후손 중 일부만 포함하는 '유사종중'은 실체를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창녕조씨 문중’이 영광군 산림조합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본래 종중은 소를 제기하기 위한 절차(총회 소집·결의 등)가 있다”며 “종중 유사단체의 경우 권리 등을 인정받으려면 절차를 우회하려거나 종중원 배제를 목적으로 유사단체를 표방한 것이 아닌지 증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러나 원심은 이 단체의 실체에 대한 판단 등에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창녕조씨 문중'은 1932년 전남 영광군 신하리 일대 2300여평을 문중 명의로 등기해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 한모씨 등은 '창녕조씨 문중'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필요한 서류를 위조했고, 영광군 산림조합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자 '창녕조씨 문중'은 조모씨를 대표로 내세워 해당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종중 유사단체가 '창녕조씨문중'과 같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종중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으로 같은 조상의 후손이면 조건없이 구성원이 된다. 그러나 이 단체는 “창녕 조씨 전랑공파 후손 중 영광지역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로 구성“됐기 때문에 종중으로 볼 수 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종중이라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지만 '유사종중'이라면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서 실체를 갖춰야 당사자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1심은 이 단체가 종중 유사단체 실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표자가 정당하게 선출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1심 재판부는 “선조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규약이 마련돼 있다”며 “또 부동산 등기용 등록번호를 등록했다”고 실체가 있지만 '대표라고 주장'하는 조씨가 정당한 대표자인지 알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을 뒤집어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를 인용했다.
2심 재판부는 “1978년과 1997년 발간한 족보에 이 사건 부동산이 원고 재산으로 등재돼 있고, 창녕조씨 문중의 주소지와 완고의 주소지가 같다”며 “또 이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 주장하는 다들 종중이 존재하지 않고, 이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창녕조씨문중은 같은 단체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창녕조씨 전랑공파' 문중은 정당한 대표자 선출 등 권리능력이 있다는 것을 향후 소송에서 입증해야 할 상황이 됐다.

[사진=대법원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