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세계경제, U자형 회복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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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 2020-04-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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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코로나19 감염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향후 경제회복 여부와 속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주식시장에선 뉴욕·런던·상하이 등 세계주가가 급락한 후 다시 반등함으로써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놓고 돈을 풀고 재정투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인 만큼, 시장 심리 안정에 꽤 도움을 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낙관과 비관 시나리오를 나누곤 있지만, 숫자를 보면 낙관도 낙관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세계기구 중 하나인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코로나19의 지속력과 각국의 협력 여부에 따라 낙관과 비관의 두 가지 시나리오로 발표했다. 먼저 전문분야인 수출입을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2020년 세계 교역량이 작년보다 32% 격감하고, 그 충격이 2008년 리먼 쇼크를 훨씬 뛰어넘을 거란 전망이다. 낙관적 시나리오도 상대적인 낙관일 뿐이다. 코로나19가 비교적 조기(상반기 이내)에 진정되고, 국제 협력이 긍정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세계 교역량 감소를 13% 정도에서 저지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다. 이쯤 되면 말만 낙관이지, 마이너스 13%면 무려 두 자릿수의 하락이다.

수출 타격은 어디가 가장 심할까. 분석 및 추정에 따르면 현재 교역이 가장 활발한 북미와 아시아지역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북미는 낙관적일 때 수출량이 전년보다 17%, 비관적일 땐 무려 41%나 대폭 줄어들 거라고 본다. 아시아도 북미보다는 좀 덜하지만 낙관 14%, 비관 36% 감소로 타격이 크긴 마찬가지다.

그럼 수출뿐 아니라 소비, 투자까지 다 아우르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020년) 전망은 어떤가. 세계 평균으로 볼 때, 낙관 마이너스 2.5%, 비관은 무려 마이너스 8.8%로 수출 타격에 못지않다. 다만, 타격 받는 지역은 수출입과 상당히 다르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기업 부실과 외환 위험이 큰 중남미로 낙관 마이너스 4.3%, 비관은 마이너스 11%다. 그 뒤로 유럽이 마이너스 3.5%와 마이너스 11%, 북미 마이너스 3.3%와 마이너스 9%, 아시아 마이너스 0.7%와 마이너스 7.1%의 순이다. 북미와 아시아는 수출 타격은 크지만, 소비와 투자 여력이 그만큼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스(2003년)와 리먼 쇼크(2009년)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사스 때 세계 경제성장률은 약 3%, 리먼 사태 때도 마이너스 0.1%로 현재 코로나19의 전망치보다는 훨씬 좋다. 그만큼 현 코로나19 쇼크 전망이 충격적이란 얘기다.
그럼 왜 이렇게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황을 좋지 않게 보고 있나. 대체로 다음 네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코로나19 이후의 경제가 이전처럼 바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선 코로나19가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전염력이 강하고 변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제대로 된 치료제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대체로 2년 전후)이고, 결국 그동안은 사람들 간의 대면을 꺼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장 생산이나 대면 판매, 대면 소비가 어렵다고 본다. 현 경제구조상 아날로그 형태의 대면 생산, 대면 판매의 비중이 디지털 형태의 비대면 생산, 비대면 판매보다 3배 이상 많다고 보면, 그 충격은 충분히 상상할 만하다.

둘째, 리먼 쇼크 때의 중국처럼 세계 경제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구원투수가 없는 점을 꼽는다. 리먼 쇼크 때는 중국경제가 고성장기 때로 저임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각국의 수출을 수입으로 흡수해줄 수 있었다. 중국의 고성장으로 세계경제를 견인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자체가 코로나19로 1분기 마이너스 6.8%의 일대 충격을 받은 데다, 이미 구조적으로 성장률의 하락단계여서 세계경제를 견인할 여력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다.

셋째, 공급망의 교란도 한 요인이다. 코로나19를 통해 세계 자동차공장이 멈췄고, 부품 공급 부족으로 전자반도체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의 공급망 국산화 노력은 더 강화될 것이고, 이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서 불씨로 남았던 중국의 보조금과 기술이전 이슈를 재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넷째, 미·중 무역마찰이란 잠재요인이 있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확대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또 다른 불화요인이 상호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로나19에 대한 책임론이 뜨거운 감자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보다 훨씬 강력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며, 경제 타격도 '대공황'을 언급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누가 원인제공자인지 책임론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규정하며 중국 책임론을 공식화했고,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간의 '편가르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말 대선이나 내년 장기집권 결정을 눈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 입장에선 성과를 내기 어려운 협력보다는 책임공방, 편가르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미·중 양국의 매파들까지 거들기 시작하면 일이 더 꼬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WTO는 그나마 상대적인 낙관 시나리오로 가려면 G7이든, G20이든 국제공조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협력을 통한 무역 확대, 공급망 독점화 억제 및 협력체제 구축, 미·중 갈등의 완화 노력 등이 그중 핵심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정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출비중이 70%나 되는 우리로서는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위기대처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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