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 “패션업 38년 노하우로 포스트코로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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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0-04-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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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른 전략적 결단 중요한 시기 시장 다각화 절감

  • 90% 의존 미국시장 벗어나 유럽시장 개척 속도

  • 2028년 매출 3조 향해 OEM 넘어 ODM 확대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19로 섬유·패션업계가 비상이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까지 코로나19가 강타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국내 최대 규모 의류 벤더업체 한세실업의 뚝심 경영은 돋보인다. 한세실업은 ‘포스트 코로나19’에 집중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38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견뎌내겠다는 각오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세실업 본사에서 만난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62·사장)는 쉴새없이 밀려오는 전화에 분주했다. 수시로 고객사 경영진과 통화하면서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전략적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코로나19로 무너진 시장이 부활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텐데 그 과정에서 결국 견디는 회사가 이기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조 대표는 “전략적 판단과 빠른 결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회장님 이하 경영진들이 여러 각도에서 분석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재무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생산, 물류, 영업적 판단 가능한 조직력, 제품관리능력 등 역량을 총동원해 고객사의 고통을 함께 분담하면서 고객사가 우리를 믿고 함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 먼저 손을 내밀어 고객사와 신뢰도를 더욱 탄탄히 쌓은 후 무한경쟁이 반복되는 섬유·패션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 국내부터 글로벌까지 35년 동안 패션 전분야 경험

올 1월에 취임해 경영진에 합류한 조 대표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은 그의 경륜에서 나온다. 조 대표는 좁은 유리천장을 뚫은 한국 패션업계에서 몇 안되는 여성 전문경영인이다. 2017년 한세실업에 합류한 뒤 2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특히, 한세실업 창립 38년 만에 오너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첫 여성 CEO 자리를 꿰찼다. 여성임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첫 여성 대표를 배출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에서 여성 임원 비율 1위(50%)에 올랐다.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인 3.6%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조 대표는 한세실업에 오기 전까지 약 36년 동안 국내외 패션·유통사를 거치며 내공을 다졌다. 1982년 의류 및 액세서리 분야 글로벌 소싱 업체 PBMS(Pacific Buying & Marketing Service Ltd.)에서 구매를 담당했고, 이후 홍콩 무역회사 리앤풍에서 일했다. 미국 메이 백화점에서는 11년간 한국 구매 총괄 담당을 맡았다. 2008년엔 홈플러스(전 테스코) 패션 부문 전무로 상품본부장을 역임했다. 이때도 유통업계 최초 여성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회사를 넘나들며 제조, 유통, 판매 등 패션업계 전반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시장을 보다 넓게 이해하고, 고객들의 니즈를 빠르게 알아채 화답할 수 있는 경쟁력은 그의 큰 자산이다. 조 대표는 “한세실업에서 시장을 읽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고, 저의 이런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이젠 유럽으로" 시장 다각화 위해 ODM 힘준다

미국시장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는 한세실업은 시장 다변화에 방점을 두고, 2028년 매출 3조원 목표로 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시장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 한세실업은 유럽시장 개척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조 대표는 “현재 미국과 유럽·일본 시장 비율이 9대 1이라면 앞으론 7대 3까지 다각화할 계획”이라면서 “미국은 미국대로 생산을 유지하고 유럽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시장은 ‘다품종 소량생산’ 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때문에 한세실업은 대량 생산의 원천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강점은 살리고 자체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제조자개발생산(ODM)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원자재 생산부터 제품 디자인, 제품 관리 능력까지 갖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세실업은 자회사 원단 생산과 섬유 염색 등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CNT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에 맞는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해 뉴욕 디자인 센터에 이어 최근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스페인 디자인 센터도 열었다. 

조 대표는 “우리가 저가의 좋은 의류를 대량생산하는 ‘매스 머천트’에서는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패션군도 스포츠군, 원마일웨어군, 패션군으로 타깃을 정해서 집중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10년 내 각 분야에서 최고의 포트폴리오를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쌓은 신뢰도를 발판으로 이제는 앞단에 서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바이어들이 우리 쇼룸을 돈 내고 와서라도 보고싶을 정도의 상품전략을 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시장 개척 전진기지는 미얀마다. 한세실업은 의류수출사업을 특화한 글로벌 패션 전문기업으로 원단부터 의류 생산까지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한세실업은 △베트남(3곳) △인도네시아(3곳) △과테말라(4곳) △니카라과(1곳) △미얀마(3곳) △아이티(1곳)에 해외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8개국 17개 해외법인, 5개 해외오피스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셈이다.

조 대표는 “미얀마는 유럽과 일본에 무관세이기 때문에 유럽 바이어들이 좋아하는 위치”라면서 “베트남 공장이 과열되면서 3~5년 내 인건비가 급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대체지인 미얀마에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매출 3조원, 시스템 구축으로 첫 단추 끼운다"

조 대표는 첫 여성 CEO로서의 각오가 남다르다. 개인적인 목표는 빠른 성장을 위한 시스템 안착이다. 조 대표는 “마라톤에서도 초반엔 빨리 달린 후 호흡을 조절하고, 다시 빨리 달리는 전략이 있지 않나”라면서 “8년 동안 3번의 계단을 오른다고 생각하고 초반 3년 플랫폼을 안착시키는 첫 계단을 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이라는 첫 단추를 잘 끼운 후 이를 업그레이드 해서 해마다 10%씩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한세실업은 이미 이 계획으로 지난해 매출 2조1000억원을 기록, 목표 성장률 25%를 초과 달성했다.

여성 선배로서는 육아하기 좋은 사내문화를 일으키기 위한 노력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먼저 유리천장을 뚫은 선배로서 상담사도 자청했다. 부부상담부터 육아상담까지 직원들의 고충을 가감없이 들어준다. 조 대표는 “늘 직원들에게 ‘좋은 엄마, 좋은 아내여야 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자기자신도 있어야 한다’고 격려한다”면서 “공채 채용 25년 차인데 당시 들어온 여성들이 부장, 이사까지 승진하고 있다. 저는 허리가 탄탄한 회사로 이끌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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