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거주중인 김대찬(58‧남‧가명)씨는 20년째 고혈압 약을 타기 위해 45일 마다 한 번씩 동네 내과의원에 방문한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된 후엔 병원 방문이 꺼려져 전화처방을 이용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집에서 직접 혈압 수치를 측정해 의원 측에 전달하면 의원에서 가까운 약국에 처방전을 보낸다. 김씨는 약국만 방문하면 된다. 그는 “약국에서 약을 받고 병원비와 약값을 한 번에 계산한다”며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앞으로도 병원은 피검사를 할 때만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언택트(비대면) 진료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재점화될지 주목된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월 하순부터 이달 12일까지 50여 일간 전국 3072개 의료기관에서 10만4000여건의 전화처방(약 13억원)이 이뤄졌다. 보건당국은 전화처방의 한시적 허용에 대해 “만성질환자나 고령자를 중심으로 적절히 잘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5일에는 의료인력 감염 예방을 위해 가벼운 감기환자, 만성질환자 등이 전화 상담‧처방은 물론 대리처방, 화상진료 등 비대면 진료를 적극 활용토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원격의료를 본격 도입하기 위해선 법 개정부터 해야 한다. 현행법상 의료인과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만이 허용되고, 의료업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개원의들 중심으로 이뤄진 의사협회와 몇몇 시민단체의 반대로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의학적 안전성이 떨어지고 대기업과 대형병원, 민간보험사 배불리기 정책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 결과 원격의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10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건당국은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등 의료계를 의식해 원격의료 허용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2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원격의료 도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의료기관 집단감염을 막고,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연령 환자들이 안전하게 진료받기 위해 비대면 진료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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