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유가 -100달러?...'-300달러' 아니면 감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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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4-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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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즈호 "현재 원유 구매는 뒷마당 쓰레기 치워주는 일"

  • "5월 말~6월 초 세계 원유저장고 꽉 찰 것" 반복 전망

  • 美비축유 한주 1500만 배럴씩 증가...5월 초 용량 부족

'-37달러'라는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가 끝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다음달 원유 선물 가격이 -10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 세계 원유저장고가 가득 차가는 상황에서 유가가 -300달러까지 안 떨어지는 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마켓인사이더 등 외신은 미즈호은행과 리서치 회사 올릭스 등을 인용해 "다음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추락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폴 샌키 미즈호 이사는 전날 보고서에서 "뒷마당에 악취 나는 기름통이 있다면 이를 치우는 데 100달러를 지불할지 물어본다면 대답은 '예스'"라면서 "아마도 300달러를 내지 않는 데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확히 지금은 하루하루 시장 관리 자체가 위기인 상황"이라면서 "원유 생산자들이 산유량을 제로로 떨어뜨리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고 끊임없이 생산된 원유는 갈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샌키 이사는 "원유는 다루기 어렵고 휘발성이 있으며, 오염의 잠재성도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론 정유시설이 없으면 쓸모없는 물건"이라며 "이를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들도 매진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즈호는 3월 중순 마이너스 유가 가능성을 경고하며 최근 국제유가 상황을 정확히 예측했다.

◇5월 말~6월 초 저장고 '만땅'...원유 놔둘 곳 없다

같은날 플로리안 탈러 올리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서 "5월 말이나 6월 초 전 세계 원유저장고의 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릭스는 위성 수집 데이터를 이용해 시장을 전망하는 리서치 회사다.

올릭스는 지구 궤도에 위치한 인공위성인 '센티넬-1'을 이용해 전 세계 원유저장고의 금속 탱크에 레이더 신호를 보내고, 다시 반사된 신호를 수집해 원유 탱크가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를 가늠한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저장 능력은 1월 말 기준 67억 배럴, 재고량은 42억 배럴로 63%가 가득 찬 상태다. IEA관계자는 "저장 시설 용량의 80%가 실제 가용 가능한 용량이라고 전제하면 현재 저장 여분은 12억 배럴로, 6월이면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방식의 데이터 분석을 서비스하는 지리공간 분석기업 오비탈인사이트는 지난 20일까지 전 세계 유조선을 이용한 부유식 저장탱크에 32억 배럴가량의 원유가 채워져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유조선의 원유 저장 용량은 육상 저장고 용량의 70%(47억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따르면 유조선 최대 저장 용량의 68.23%가 가득차 있는 것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30억 배럴)보다는 2억 배럴, 2017년과 2018년(29억 배럴)보다 3억 배럴이나 급등했다.

앞서 17일에는 중형급 유조선(VLCC)이 1억4100만 배럴을 싣고 바다를 떠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원유 업계는 VLCC를 원유 수출을 위한 수송에 이용할 뿐 원유 저장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비축 능력을 보유한 미국의 원유 저장용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왔다.

22일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지난주 한 주간 1500만 배럴이 증가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저장고인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저장고의 재고는 5970만 배럴을 기록했다. 한 주 만에 10%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날 CNBC는 쿠싱저장고의 최대 저장 용량까지는 약 2500만 배럴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일 EIA는 미국의 전체 원유 저장 시설 규모인 6억5340만 배럴 중 전체의 47% 수준인 3억2350만 배럴이 차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남은 용량도 향후 7주 정도 후인 4월 말~5월 초경 소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넘쳐나도 쓸 곳 없는 원유...생산을 줄여야 해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 세계 이동 제한 상황에 따라 글로벌 원유 수요가 30%(하루 3000만 배럴)가량 줄어들면서, 전 세계가 기록적인 원유 과잉 공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10개국 협의체인 OPEC+는 5월부터 두 달간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수요 위축세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OPEC+ 일각에선 5월부터가 아닌 당장 감산을 시작할 뿐 아니라 추가 감산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앞선 합의에 참가하지 않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참여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감산 참여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은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적인 감산'을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미국 산유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생산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업계가 저유가 국면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22일 EIA는 한 주간 미국 산유량이 하루 평균 122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주보다 하루 10만 배럴 줄었으며, 작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 2월~3월 17일 주간 당시 사상 최고 산유량이었던 하루 1310만 배럴과 비교하면 90만 배럴가량 줄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쿠싱 원유저장고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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