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민간소비’ 휘청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다. 정부의 재정 부양으로 반등했던 작년 4분기 성장률(1.3%)이 코로나19로 다시 무너져버린 셈이다.
민간소비가 가장 크게 휘청였다.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6.4% 감소해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저조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소비 절벽'이 발생한 탓이다. 내수에서 민간 소비지출의 기여도는 -3.1%포인트에 달했다. 그만큼 성장세를 깎아먹었다는 뜻이다.
수출도 전분기 대비 2.0%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의 경우, 1분기가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본격 반영되기 전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반도체는 소폭 증가했지만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등 나머지 업권이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수입도 -4.1%로, 2011년 3분기(-4.4%)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원유 수입 등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0.2%, 1.3%씩 각각 증가해 비교적 선방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2.0% 감소했고, 제조업도 1.8% 줄었다. 반면, 건설업은 0.3% 증가했다.
◇연간 성장률, 관건은 ‘2분기 수출’
시장에서는 국내 연간 성장률의 마이너스 전환 여부를 가를 핵심은 ‘2분기 성장률’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분기 때 얼마나 '성장률 방어'에 성공하는지 여부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결정될 거란 뜻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 역시 "올해 경제 성장률의 ’플러스 수성‘ 여부는 2분기 충격이 얼마나 클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가장 우려가 큰 대목은 ‘수출 타격’이 본격화될 거란 점이다. 2분기부터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본격화돼 수출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달 1~20일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하며 위험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치명타를 피할 수 없다.
3월 중 고용이 악화된 건 또 다른 악재다. 3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2분기부터 실물, 고용 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22년 만의 ‘역성장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 -1.5%, 모건스탠리 -1.0%, 피치 -1.2% 등 해외 신용평가기관 및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의 역성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IMF도 올해 한국 경제가 -1.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간 경제성장률은 결국 2분기 수출 동향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마이너스 전환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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