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각 기업에 자금 긴급수혈을 하되 각 기업이 고용의 총량을 유지하고 자구노력을 이행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마디로 “고용 없는 자금 지원은 없다”는 뜻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가 큰 자동차·항공·해운·조선·정유업계는 정부의 지원 계획에 따라 유급휴직 등을 활용한 고용 유지 방침과 함께 기존에 미뤄둔 신규 채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항공·정유업계는 정부의 긴급 수혈 방침에 따라 기존 고용을 유지하되 유·무급 휴직을 활용한 탄력적 인력 운용의 묘를 짜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무급휴직을 돌입, 다음달부터 사업량이 정상화될 때까지 매달 최소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 캐빈승무원과 국내 공항지점 근무자도 다음달 이후 2개월 단위로 유급휴직을 진행한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유급휴직을 잇달아 시행 중이다. 휴직률은 에어서울 95%, 에어부산 70%, 티웨이항공 65%, 제주항공·진에어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항공사들과 연계된 지상조업사, 기내식제조사, 협력업체 등이다. 정규직보다 계약직 비중이 높다보니 이들의 무급휴직·희망퇴직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조속한 재정지원이 관건”이라며 “지난 2월 밝힌 LCC 긴급유동성 3000억원 지원 계획 중 아직까지 절반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 속도감 있는 집행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신입사원 화상면접 현장을 찾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될 위기에 처했던 인력채용 현장을 점검하고 비상한 방법을 통한 위기극복을 주문했다. 김 사장이 면접자에게 덕담을 건네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정유업계는 올해 들어 추진해온 희망퇴직은 진행하되 신규 채용으로 정부의 지원에 화답할 계획이다. 당장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해 올 1분기 적자만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위기감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적은 만큼 고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에쓰오일(S-OIL)이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51세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비상경영에 돌입, 강달호 사장 등 전 임원들의 임금을 20% 반납하며 '보릿고개'를 넘겨보려 애쓰고 있다. 대신 현대오일뱅크는 이달초 사무일반·국내영업·엔지니어·연구개발 등 신입사원 공채에 돌입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채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10일까지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했다. 특히 이 회사는 코로나19 중단할 뻔한 채용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채용, 필기~면접 등 채용 전 과정을 비대면 접촉 방식인 화상·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다른 기간산업에 비해 인력 비중이 적지만 그렇다고 채용을 멈출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우수 인재 영입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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