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여당의 대승으로 끝난 직후부터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부총리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청와대는 '신속한 처리'를 강조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여당과 야당의 합의안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급반전했다.
그러나 정 총리가 여당 안을 받겠다고 밝힌 후 기재부 일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기재부의 입장은 변함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당과 기재부 간 갈등은 정부 내 총리와 부총리 간의 갈등으로 비화했다. 지난 23일 기재부가 하위 70% 지급 방침을 철회하고 100% 지급한 뒤 신청하지 않거나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하겠다며 백기 투항해 갈등은 일단락됐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의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 입장이 나온 다음 날 예정했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불참했다. 회의에는 기조실장이 참석했다. 같은 날 오후 열린 '무디스 2020년도 연례협의'에는 참석, 이날 중대본 회의 불참도 항의의 표시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1차 추경 때도 여당은 추경 예산 증액을 요구했으나 홍 부총리가 이를 반대하자 '해임설'을 거론했었다. 해임 논란이 일자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차 추경 논란에선 '기재부가 정치를 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26일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행동하려 했다면 오히려 여당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가 무턱대고 증액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지난 20일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게 아니라 전례 없는 위기에서 우선순위에 있는 분야에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파급 영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 여력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결국 입장을 선회하면서 2차 추경도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관련 예산은 14조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기존 9조7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지자체에선 추가되는 예산은 국비로 모두 충당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정부와 보조를 맞추도록 구성원들을 다독였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리실 안팎에 따르면, 총리실에서 밝힌 중재안은 홍 부총리와도 조율이 된 사안이다. 그런데도 기재부 일각에서 불만이 흘러나오고 언론에 보도된 것은 홍 부총리의 리더십에 의문을 들게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홍 부총리가 기재부 직원들에게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여당과 기재부 간의 갈등이 일단 봉합되면서, 청와대는 5월 13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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