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더욱 중요해진 '공공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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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04-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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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신영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박신영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도시연구소 이사) [사진 =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격리가 강조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주거공간에서의 빈부격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집에서 일과 학습, 놀이가 모두 가능해 사회적 격리가 힘들지 않지만 소득이 낮으면 지하나 옥탑, 비좁은 공간에서 과밀하게 생활하므로 불편함이 가중되고 우울감이 심화된다. 주거비 부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은 소득과 반비례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주거비를 지불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는 역세권이면서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다양한 면적의 공공임대주택(사회주택)을 많이 볼 수 있다. 외관은 물론 내부 어디를 봐도 민간주택보다 빠지지 않는다. 특히 임대료가 저렴하다. 국민의 65%가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이렇게 좋은 집이 이토록 싸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관광객의 탄성이 자주 들린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공공임대주택이 뒤늦게 최하위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공급됐고, 1987년 주택임대차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며 임대료가 급등했다. 이에 최하위소득계층의 주거 불안이 극심했다. 택지개발을 통해 최하위 소득계층만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도시 외곽 여기저기 생겨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자리가 없고 자립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점점 늘었고, 주변 아파트단지에서 불평이 제기됐다.

이후 공공임대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 지자체의 사업계획 승인 기피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 시절 국민임대주택 사업승인권을 국토부에 부여한 '국민임대주택건설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지자체가 사업승인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조금씩 공공임대주택이 늘었고 소득 6분위까지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이 등장했으며, 주택의 유형도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 등으로 다양해졌다. 공급방식도 신축뿐 아니라 매입, 리모델링 등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의 국민은 '님비(NIMBY)'를 외치는 실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범 첫해인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고, 이어 지난 3월에는 ‘주거복지 로드맵 2.0’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를 240만 가구까지 확보함으로써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을 전체 주택 재고의 10%까지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유형도 영구·국민·행복주택부터 하나로 통합하고, 임대료는 가구소득에 따라 차등화한다. 아울러 청년,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사회에서 공공임대가 환영받도록 설계공모, 재정지원 확대 등을 통해 주택을 매력적으로 디자인하고,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문화센터 등을 조성한다. 똑같은 집만 대량 공급하던 과거와 달리 청년, 신혼부부, 젊은 예술인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삶을 파고들 수 있는 주택유형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세심한 지원을 더한다.

이 같은 방향은 적절하며 유용하다. 가난한 청년이 빈곤한 중년이 되고 불쌍한 노년이 되는 구조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주거환경이 뒷받침될 때 사람은 꿈을 꾸고 미래를 위해 행동한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감염병은 재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의 삶에서 주거공간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하나 꽉 막힌 주거공간에서 추위와 더위를 견뎌내던 사람들에게 햇빛과 바람을 찾아주고, 협소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공간을 찾아주려는 노력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주거정책의 첫째 방향이 돼야 한다.

색안경을 끼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을 바라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앞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나에게도 필요한 도서관, 문화시설을 제공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함께 온다.

지자체의 역할도 주요하다. 공공임대 공급, 신도시 개발 등은 중앙정부의 역할이지만 진정한 주거복지는 정책이 지역사회에 스며들 때 완성된다. 쪽방촌을 찾아가 이주 수요를 찾는 일, 창업·사회복지 등 맞춤형 프로그램 연계, 지역 색깔에 맞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 기획 등은 지자체의 발과 땀이 없으면 꿈꿀 수 없다.

중앙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그리고 당사자들이 환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이 하루속히 더 많이 공급되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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