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과도한 매수로 경고등이 켜진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4종이 거래가 재개된 27일 개장과 동시에 급락했다. 괴리율 역시 적게는 70% 선에서 많게는 400% 이상을 기록하며 재차 거래정지 조치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전거래일보다 750원(60.00%) 하락한 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1250원(59.95%) 내린 835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종목은 개장 동시에 60% 떨어지며 하한가를 맞았다. 마찬가지로 레버리지 상품인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340원(52.31%) 내린 310원을,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330원(20.63%) 하락한 1270원을 기록했다.
이들 종목은 지표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괴리율)가 급등하며 매매가 정지됐다가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재개됐다. 이날 유동성공급자(LP)들이 삼성과 QV 레버리지 ETN에 각각 1억주, 200만주를 신규 상장했지만 치솟은 괴리율은 여전했다. 시장가격의 하한선이 지표가치보다 훨씬 높다 보니 LP들이 호가를 내지 못하며 유동성 공급을 통한 가격조정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LP들은 지표가치의 ±6% 범위 내에서만 호가를 낼 수 있다.
이날 장 마감 시점에서 삼성은 실시간지표가치(IIV)가 144.85원으로 괴리율이 무려 476.46%에 달했다. QV(341.62%), 신한(173.47%), 미래에셋(74.17%)도 높은 괴리율을 기록했다. 모두 30% 이상 괴리율을 보이며 다시 한번 매매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앞서 거래소는 단일가 매매 시행 이후에도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되면 3거래일간 매매정지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연휴 기간을 감안하면 다음 거래일은 5월 6일이다. 이 기간 유가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산유국들의 감산 등으로 유가 회복세를 전망하면서도 이들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정유가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를 하겠다면 원유 관련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해당 기업을 담은 ETF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 등으로 유가 하방 압력은 일부 완화가 예상되나 감산 이후 수요 회복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나 ETN 투자는 여전히 위험하며 원유 생산기업 등에 투자하는 주식형 ETF가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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