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1시 28분께 서울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재건축 조합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 관리처분 총회가 열렸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계획된 11시보다 20여 분 늦게 시작됐다. 안건은 관리처분계획변경 승인, 상가 재건축 제2차 부속 합의서 및 합의서 이행확인서 승인 등이다.
드라이브 스루는 조합원들이 자동차극장처럼 차량에 탑승한 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총회에 참가하는 새로운 총회 방식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농수산물 판매 등에서 적용된 적은 있지만, 재건축 조합원 총회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자는 조합원들의 호응이나 의견을 듣기 위해 차량의 전조등을 깜빡이거나 경적을 울려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강남을) 등에 공로패를 돌리면서도 조합원들을 향해 "고마움의 뜻으로 전조등·방향지시등을 깜빡여 달라"고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총회 진행 역시 색다르게 펼쳐졌다. 차량에 탑승한 조합원들은 안내에 따라 주차공간에 서서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신원 체크와 투표용지 수거에 나설 때까지 기다렸다. 카키색 전신 방역복을 입은 조합 직원 15여 명은 차를 찾아다니며 차량에 사전 투표 격인 '서면 결의'를 했음을 뜻하는 노란색 스티커와 '현장 투표'를 뜻하는 빨간색 스티커를 배부했다.
차량에 탑승한 조합원 A씨 부부는 "조금 불편하고 번거로워도 코로나19 사태가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 역시 "상황이 이런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총회장 입구에는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모든 입장 인원들의 손소독제와 체온을 체크했다. 신원 등록을 마친 조합원들에게는 비닐 마스크가 부착된 벙거지 모자, 장갑, 생수 1통이 지급됐다.
개원초등학교 내에는 총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과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마련된 간이 의자 120여 개, 1인용 텐트 등이 준비됐다.
한편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처음 도입된 만큼 곳곳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직원이 차량을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차량에 신원 등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자 주차장 외곽 차량은 접수 처리가 늦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한 조합원 C씨는 "1시간이나 넘게 차 안에서 대기했다. 일 처리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참다 지친 차량 이용 조합원들이 일반 창구에서 신원 등록을 하는 상황이 이어져 방역 취지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차량 탑승 조합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줄에 서는 모습이 포착돼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총회는 큰 관심 속에 열렸다. 총회에는 예상한 1300대를 훌쩍 넘은 2000여 대의 차량이 몰렸다. 차량 한 대에 두 명이 넘는 조합원이 타고 있는 경우도 있어 차량을 이용해 참여한 참여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조합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는 서면 결의를 했음에도 참석한 조합원 1807명과 현장 투표자 536명 등 총 2343명이 참석했다. 이로써 전체 조합원(5132명) 가운데 4454명의 조합원이 의결권을 행사했다. 앞서 서면 결의에 나선 조합원은 3918명이다. 이날 모든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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