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기절벽에 재벌 계열사끼리 '땅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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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0-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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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로템 모비스·제철에 부동산·주식 1700억 매각

  • GS칼텍스·현대일렉도 보유토지·시설 계열사에 넘겨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발 경기절벽 속에 대기업집단도 계열사끼리 부동산을 사고팔며 자금경색 해소에 나서고 있다. 형편이 그나마 나은 곳이 더 어려운 곳으로부터 토지나 건물을 사들여 숨통을 틔워주는 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로템은 오는 5월 안에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 경기도 의왕시 삼동에 있는 땅과 건물을 878억원에 팔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역시 계열사인 현대제철에도 그린에어 주식 1195만5165주를 812억원에 넘긴다. 회사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현재 결손법인이다. 2019년까지 3년 연속 순손실을 내면서 잉여금이 바닥났다. 결손금은 2019년 말 기준 2245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순손실은 7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이 발행한 무보증사채 가운데 오는 6월 중순까지 만기를 맞는 물량만 모두 4350억원에 달한다. 내년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무보증사채까지 더하면 액수는 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비해 가진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019년 말 기준 3825억원밖에 안 됐다.
 
반대로 현대로템으로부터 부동산을 사주는 현대모비스는 불황에도 선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이 34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가량 줄었어도 흑자를 냈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019년 말 기준 3조3420억원으로 1년 전(2조3351억원)보다 43%가량 늘었다. 이익잉여금은 31조656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일렉트릭은 이달 6일 울산 동구 전하동에 위치한 땅과 건물을 현대중공업에 336억원에 팔았다. 회사 측은 "자산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현대일렉트릭도 결손법인이다. 2019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427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과 사채는 3274억원에 달했지만,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897억원밖에 안 됐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순이익 106억원으로 5개 분기 만에야 흑자로 돌아섰다.
 
GS칼텍스는 오는 30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건물과 시설을 GS에코메탈에 183억원에 양도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GS에코메탈 재무구조가 개선돼 임차해온 자산을 매입해 경영자립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연간 임차료가 약 17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GS칼텍스가 영위해온 정유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석유제품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국제유가 추락으로 재고 평가손실은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2조7000억원을 들여 세우는 올레핀 생산시설도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시설에 2019년 말까지 투입한 돈은 모두 8220억원으로, 애초 계획한 자금의 30% 수준에 그쳤다.

강명헌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같은 계열사끼리 어려운 시기에 같이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것도 좋고, 해당 기업집단 모두가 재무적으로 양호한 상태 보이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과거 경제 위기 때처럼 부실 전이가 기업집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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