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군과 법] 전역하며 실탄 슬쩍 육군 병사... 군사법원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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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0-05-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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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군 또는 미합중국군중 어느 군 실탄인지 알 수 없다" 이유

  • "중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총기 관리·교육 강화해야" 지적

◆'점유이탈군용물횡령죄' 사실관계

육군 모 부대 A씨는 2016. 6.경 전역신고를 하고 실탄 한발을 전투복 상의 오른 팔 부위에 있는 주머니에 넣어서 부대밖으로 나가다가 적발돼 군용물절도죄로 기소됐다. A병사가 소지한 실탄은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GP(Guard Post, 경계초소) 1층 출입구 밖 풀밭에서 점심을 먹고 소변을 보던 중 발견해 주운 실탄으로서 구경 30 기관총에 쓰이는 실탄으로 밝혀졌다. 해당 실탄은 A병사가 소속된 부대가 사용하거나 관리하던 실탄이 아니었고, 6. 25. 전쟁당시 대한민국 육군 또는 미합중국군이 사용하던 구경 30 기관총의 실탄이었다.

군사법원에서 군검사는 해당 실탄이 대한민국 육군 또는 미합중국군의 소유에 속하는 실탄이므로, 실탄을 주워 횡령한 행위가 군용물 절도 또는 점유이탈군용물횡령죄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군사법원 '소유 관계 명확치 않다' 판단 

군대에서 병사들이 휴가를 나오거나 전역할 때 그 기념으로 실탄 한발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때 실탄을 훔쳐서 가지고 나오는 행위는 '점유이탈군용물횡령죄'에 해당한다.

'점유이탈군용물횡령죄'는 대한민국 국군 또는 대한민국 국군과 공동작전에 종사하고 있는 미합중국군이 분실한 군용물을 대한민국 국군 또는 미합중국군에게 돌려주지 않고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군사법원은 "이 사건 실탄이 현재 군부대에서 운용되고 있지 않고, 6. 25. 전쟁당시 사용된 것으로 현재까지도 발견되고 있다"며 "A병사가 소속된 부대의 실탄 재고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실탄이 한국군 또는 미합중국군중 어느 군이 사용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A 병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한국군 또는 미합중국군이 이 사건 실탄을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군사법원의 법리에 따른다면, 실탄도 소유관계가 어떠한지에 따라 절취 또는 횡령한 것이 죄가 되기도 하고 죄가 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A병사는 실탄의 소유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실탄을 주운 것이 오히려 행운이 돼 무죄가 선고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과 달리 대한민국 군에서 사용 또는 관리하고 있는 실탄을 절취하거나, 주워서 군대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경우에는 당연히 군용물절도 또는 점유이탈군용물횡령죄가 성립된다.

민간인에게는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고 일반 형법이 적용되므로, 형법상의 절도죄 또는 점유이탈물횡령죄(점유이탈군용물횡령죄와 죄명이 다름)가 적용된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에, 점유이탈물횡령죄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주워서 타인에게 돌려주지 않는 경우에 적용된다.

◆"중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총기 관리·교육 강화해야"

그러나 군에서 빼돌린 실탄 등이 각종 테러나 중대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며, 군과 경찰의 허술한 총기류 관리를 강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로 실탄 등 총기류를 반출하는 행위가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장병들에게 심어줄 필요도 있다.

현행법상 실탄을 소지했다가 적발돼도 범죄에 연루되지 않으면 대부분 벌금형 처벌에 그친다.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이유다.   

김양수 법률사무소 다임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상황이 동일하다면, 민간인이 실탄을 절취하거나 주어서 소유하더라도 절도죄 또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군에서 사용 또는 관리하고 있는 실탄을 절취하거나 주워서 소유하는 경우에는 형법상의 절도죄 또는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게 됨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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