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인프라 영역에서 리츠 시범 도입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리츠는 일반 공모로 투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뮤추얼펀드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중국에서도 향후 공모 리츠 상품이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사고팔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통지에 따르면 이번 인프라 리츠 투자 범위는 신인프라·교통·에너지·창고물류·환경보호·IT네트워크·산업단지 개발 등 7대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이 투자자금 회수기간이 길고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부동산 개발 영역으로, 오피스, 쇼핑센터, 호텔 등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은 일단 제외됐다.
발개위와 증감회는 "리츠는 단기적으로 부채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가계저축을 투자자본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은 특히 인프라 리츠를 도입함으로써 인프라 경기 부양 속 과다한 부채로 허덕이는 지방정부 재정 부담을 덜고 가계저축과 민간자본을 인프라 사업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가계저축의 투자 옵션이 다양해지는 것으로,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 투기를 잡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공모 리츠 도입을 중국이 금융 방면에서 한 걸음 도약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수년간 중국 금융서비스 방면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스탠리 칭 중신캐피탈 고급이사 총경리는 "이는 중국 부동산 리츠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 리츠는 기존의 부동산이라는 고정자산에 내재된 가치를 유동화하고 민간 자본은 중국 전략적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중국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부양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빚으로 허덕이는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사업을 위해 또다시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공모 리츠의 출범으로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장정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MBA) 교수는 "중국은 시급히 인프라사업 자금 조달 방식을 개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리츠 도입은 신규 자본 도입과 부채 축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입고,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며 "리츠야말로 경기 부양을 위한 올바른 대책이 필요한 지금 딱 걸맞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중국은 인프라뿐만 아니라 오피스,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도 리츠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장 교수는 앞으로 중국에서도 리츠가 활성화하면 시장 규모가 5660억~1조7000억 달러(약 2000조원)로 확대돼 미국 리츠 시장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 선진국에서 리츠는 활성화돼 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리츠가 처음 도입된 미국의 경우, 지난 2019년 6월 기준 미국에 상장된 리츠의 시가총액은 1조2700억 달러(약 1550조원)로, 상장된 리츠 상품만 220여종에 달한다. 아시아 금융선진국인 싱가포르도 2002년부터 부동산 리츠 공모를 도입, 현재 아시아 리츠 허브로 불린다. 현재 공모 리츠 상품은 41개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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