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검찰이 디지털 포렌직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다 넘겨주지 않아 사망전후 사정을 수사하기 어렵다며 자료를 모두 넘겨주거나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검찰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검찰은 지난 2018년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하명수사 의혹을, 경찰은 백 전 수사관의 사망전후 행적과 관련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사망 직전 검찰 관계자의 압박 여부 등도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A씨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약 4개월 만에 풀었고 전화에 담긴 일부 내용을 경찰에 제공했다. 경찰은 검찰이 넘겨준 자료가 수사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경찰 측은 강제수사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검찰에서 우리한테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록 등 일부만 보냈다"며 "제한적으로 일부만 줘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범위 등을 설정해서 강제수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안 줬기 때문에 영장을 받아 검찰에서 한 포렌식 작업 내용을 갖고 오는 게 제일 좋다"며 "그게 안 되면 휴대전화를 다시 여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휴대전화 관련해서는 지난 해 12월 초 백 수사관의 사망 직후부터 경찰과 검찰 간 갈등이 있었다.
당시 검찰은 사망원인을 밝히고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을 규명하는 데 필요하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백 전 수사관의 휴대폰을 서초경찰서로부터 받아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대단히 이례적인 압수수색”이라며 “백 전 수사관의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긴급하게 유류품을 가져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되찾기 위해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 가기도 전에 검찰단계에서 기각되 버리는 바람에 무산됐다.
검찰은 “선거 개입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적법하게 압수된 것”이라며 “변사자 부검 결과, 유서, 관련자 진술,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비춰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도 어려워 돌려줄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경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해 놓고 막상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았다"며 "자기모순"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검찰이 사망경위 규명에 차질을 빚게 했다"며 "강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검찰이 관련 자료를 넘겨주지 않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검사나 검찰조직이 관련된 사건이 아니면 대체로 수사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논란이 생긴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숨진 백 전 수사관의 휴대전화에서 검찰이 숨기고 싶어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경찰관계자는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검찰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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