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중국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최근 중국 2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검색포털 공룡 바이두,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트립닷컴, 인터넷기업 넷이즈(왕이) 등이 잇달아 홍콩 증시에서 2차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징둥과 넷이즈는 이미 홍콩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상반기 안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금공사는 앞서 보고서에서 시나닷컴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19곳이 홍콩 2차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들의 총 자금조달액만 340억 달러(약 4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초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커피전문점 루이싱커피를 시작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부정 회계 스캔들이 연달아 터진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중국계 기업에 대한 불신을 부풀려 이익을 챙기려는 공매도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제이 클레이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장이 지난달 직접 나서서 중국 기업 투자 리스크를 경고했을 정도다.
정치적 이유도 작용했다.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계 기업이 적대적인 미국을 피해 자금조달 창구 다변화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2차 무역전쟁 발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하이퉁증권은 중국계 기업들이 미국 거래제도나 관리감독 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홍콩 증시 회귀 이유로 꼽기도 했다.
이 같은 홍콩증시 회귀 움직임에 대해 홍콩거래소 측은 "우리는 상장제도에 부합하는 모든 기업들의 상장을 환영한다"고 밝힌 상태다.
사실 홍콩거래소는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상장제도도 대폭 손질했다. 앞서 중국 토종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메이퇀, 그리고 알리바바 같은 '대어'가 홍콩 증시를 선택한 이유다.
미국 증시와 비교해 홍콩 증시 투자자들은 중국계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언어 소통도 원활하다. 또 홍콩거래소와 상하이·선전거래소 주식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선강퉁을 통해 중국 본토 투자자의 '직구'가 가능한 것도 매력적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홍콩 반정부 시위로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서도 홍콩 증시는 전 세계 IPO(기업공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모두 183개 기업이 신규상장했으며, 총 자금조달액은 3142억 홍콩달러(약 49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9% 늘어난 것으로, 2010년 이후 약 9년 만의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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