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에 원격 진료가 빠졌다. 원격 진료는 제도 개선이 아닌,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6월 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벌써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기반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혁신 프로젝트다. 국민이 체감하도록 2~3년 이내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큰 틀에서 △데이터,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 등 3대 영역이 중심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는 디지털 기반 프로젝트에 집중해 민간투자와의 시너지가 크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과제로 전(全) 산업·전 분야의 기초가 되는 혁신 인프라"라며 "임팩트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4대 원칙 하에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원격 의료는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통신망이 연결된 모니터 등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원격 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이미 18~20대 국회 때 세 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 정부는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자나 고령자에 대한 신속한 보호와 함께 의료기관을 신종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시범 사업이 의료 취약지와 만성질환자, 거동불편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 모니터링과 상담에 그치는 이유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이후 전화 상담과 처방도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비대면 의료는 시범 사업이라는 틀에 국한되는 셈이다.
김 차관은 "의료법 개정 등 제도화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적정수가 개발이나 환자 보호 방안, 상급 병원 쏠림 우려 해소 등 여러 가지 보완 장치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입법을 통해서 검토될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비대면 교육 서비스도 확대한다. AI 기반의 원격교육지원 플랫폼을 구축해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미래형 디지털 교육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음성·행동 인식, 언어·시각 정보 이해 등 AI 학습용 빅데이터를 조기에 구축하고, AI와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도 양성한다.
아울러 국민 체감도가 높은 금융·의료·교통·공공·산업·소상공인 등 6대 분야에서 데이터 수집과 개발·결합, 거래, 활용 인프라를 강화하고 활용을 활성화한다. 5G 전국망도 조기에 구축하고, 공공 와이파이 등 공공 정보통신망을 확충하기로 했다.
도로·철도 등 노후 시설물에는 스마트 관리 체계를 도입해 안정성을 높이고,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데이터 수집과 가공·공유를 확대한다. 제조업 전반과 중소·벤처기업 등에는 지능형 생산 공정을 도입하고, AI 융합 프로젝트를 통해 전 분야로 혁신 AI 서비스를 확산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프로젝트별 세부사업을 마련해 다음 달 초 한국판 뉴딜 세부 추진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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