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들이 세운 '부산나병원 기념비' 국가문화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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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용우 기자
입력 2020-05-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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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 한센병 치료기관...맥켄지 선교사 방한기념 비석 세워

1930년 부산나병원 기념비 제막식으로 추정되는 사진. [사진=부산시 제공]


1930년 일제 강점기 한센인들이 스스로 세운 ‘부산나병원기념비’가 국가문화재가 됐다. 부산나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센병 전문 치료기관이다.

부산시는 동구 정공단로 27 일신기독병원 옆에 있는 ‘구 부산나병원기념비’가 지난 4일 국가문화재 제781호로 등록됐다고 8일 밝혔다.

이 비석은 화강암 재질의 몸체 전체가 좁은 탑 모양으로 꼭대기가 점차 뾰족해지는 오벨리스크 양식이다.

높이 1.1m의 작은 비석으로 비석의 전면에는 ‘大英癩患者救療會紀念碑(대영나환자구료회기념비)’라고 새겨져 있으며, 나머지 3면에는 부산나병원 설립일과 설립자, 비석제작일 등이 새겨져 있다.

비석 글 내용 중 ‘대영나환자구료회’는 부산, 대구, 광주 등 3개 지역에 나병원을 설립할 때 기여했던 국제단체이다.

이 비석은 1909년 부산 감만동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나병 전문치료 기관인 ‘부산 나병원’의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1930년에 제작된 것으로 한센병 전문 진료기관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자료이다.

‘부산 나병원’은 한국 근대사에서 한센병 환자만을 위해 세워진 최초의 병원이면서 우리나라 특수의료 영역인 한센인 치료 역사와 선교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문화계는 상당한 수준의 노동력과 기술력을 갖춘 한센인들이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과 ‘나환자촌’ 등 일반인들과 격리돼 생활하던 한센인 환자들의 존재와 인권에 대한 고찰을 위해 그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가문화재 등록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비석은 부산 나병원 환자들의 주도로 호주 출신 장로교 선교사인 맥켄지의 내한 기념 20주년을 맞아 1930년 5월 감만동 나병원 교회 앞에 세워졌다.

이후 용호동과 기장군 등으로 이전했다 2016년에 현재 위치인 동구 일신기독병원 옆 맥켄지 공원으로 옮겨왔다.

맥켄지는 1910년 한국에 선교활동차 들어와 부산지역에서 한센인 치료와 일신기독병원 설립 등 의료사업에 일생을 바친 호주인이다.

부산 동구청과 기념비 소유자인 ‘한호기독교선교회’(일신기독병원)도 본 문화재 등록을 계기로 부산시 좌천동에 있는 일신여학교, 부산진교회, 일신기독병원 등 근대 기독교 관련 건축물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소록도국립나병원 등 관련 시설과 함께 근현대 역사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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