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음반 판매량 3억 장의 주인공
‘일요일은 참으세요’로 세계적 명성을 누리게 된 그리스 여성과 노래는 멜리나 메르쿨리와 ‘피레우스의 아이들’ 말고 또 있습니다. 나나 무스쿠리(1934~ )와 그의 출세곡인 ‘아테네의 하얀 장미’입니다. 아테네의 하얀 장미는 영어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Till the white rose blooms again/ You must leave me, leave me lonely/ So goodbye my love till then/ Till the white rose blooms again.” “하얀 장미가 다시 피기까지 당신은 나를 떠나겠지요. 그때까지 안녕, 내 사랑 안녕, 하얀 장미가 다시 필 때까지 안녕.” 가사도 쉽고, 곡도 쉬워 따라 부르기 좋습니다. 콧노래로 흥얼대기도 좋고. 에게 해의 물결처럼 잔잔합니다.
나나는 이 노래를 1962년 독일어로 불렀는데, 일 년 만에 독일에서만 100만장이 팔렸습니다. 영국 BBC 관계자가 이걸 듣고 나나를 영국으로 초청해 프로그램을 맡겼고, 후일 마이클 잭슨을 키워낸 명 프로듀서 퀸시 존스는 나나를 당시 미국 최고 인기 가수였던 해리 벨라폰테에게 소개, 둘이 함께 미국 투어를 하도록 기획했습니다. 이후 이 노래와 나나의 인기는 계속 치솟습니다. 독일어 영어 외에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네델란드어 프랑스어 가사로도 불렸고, 그의 콘서트에서는 빠질 수 없는 곡이 됐습니다. 1957년 그리스 노래로 첫 음반을 낸 나나의 음반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무려 3억장이나 팔리고, 그가 사상 최고의 팝가수(대중가수)로 꼽히게 된 것은 바로 이 노래, ‘아테네의 하얀 장미’ 덕이 분명합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오버앤오버’, ‘사랑의 기쁨’ ‘하얀 손수건’ 등등 나나의 명곡들은 ‘아테네의 하얀 장미’가 없었더라면 들을 수 없었을 겁니다.
‘아테네의 하얀 장미’를 처음 부른 지 46년이 지난 2008년 나나는 은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7년 뒤인 2015년에 나온 그의 자서전 제목은 <박쥐의 딸>입니다. 나라면 여러 의미가 있는 ‘아테네의 하얀 장미’를 제목으로 했을 텐데 나나는 이 제목을 택했습니다. 아버지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영화관 영사기 기사였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벌이도 시원찮은데 노름을 좋아했습니다. 영화관 일이 끝나도 집에 안 가고 밤새 노름판을 지켰습니다. 영화관 청소부였던 아내가 애써 모은 돈도 뒤져내 노름판에 바치고 둘째인 나나가 태어나던 밤에도 아내 곁에 있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이런 그를 박쥐라고 불렀습니다. 자서전에서 나나는 이런 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난한 가운데서도 음악공부를 시키려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가 절절합니다. (‘②에게 해처럼 잔잔한 목소리에 매료된 지구인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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