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타사 비방글 올린 혐의… ‘실무자 개인적 행동’ 해명에도 논란

과거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등 ‘갑질’로 논란이 됐던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에 경쟁사 비방글을 게시한 정황을 경찰이 수사 중이다. 남양유업은 홍보대행사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이지만 비난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경찰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8일 수사기관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인 A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에 댓글을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다면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 신용훼손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실무자와 홍보대행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일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홍보대행사에 일을 맡기기는 했지만 비방글을 작성하라고 회사차원에서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의 홈페이지에는 사과문이 올라와 있다.

사과문에는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A업체의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적혀있다.

이런 해명에도 정황상 남양유업의 개입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홍보대행사와 실무자가 아무 이유 없이 경쟁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작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사결과 만약 남양유업의 지시로 홍보대행사가 비방댓글을 남긴 것이 확인된다면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인터넷에 경쟁사 비방글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형법에서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예율)은 이번 사건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 신용훼손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홍보대행사의 업무는 타사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남양유업과 홍보대행사 간의 계약 내용이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홍보대행사와 실무자가 계약과 관계없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지금과 같은 행동을 했다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남양유업은 이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 한 명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댓글을 달았을 경우라면 모를까 대행사와 계약해서 여럿이 비방글을 올린 상황에서 남양유업과 관계없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적다”며 “실제 일이 진행된 과정을 조사해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양유업은 해명글에도 경쟁사가 원전근처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방의 근거로 삼았던 내용을 그대로 적어둔 상태다.

앞서 남양유업의 경쟁업체 측은 여러 곳의 맘카페에 'A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는데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글을 올린 아이디 4개를 특정해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댓글 작성자들을 추적했는데 해당 IP의 소재지가 지방의 한 홍보대행사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홍보대행사를 압수수색해 해당 글을 게시한 아이디 50여개를 확보했다.

 

[사진=남양유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