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 사형제도'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 속 여학생은 조국 전 장관의 딸이 맞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동영상 속의 얼굴만 보면 쉽사리 단정지을 순 없지만 행동의 특징이나 습관을 봤을 때 조씨가 맞다는 것.
이 증언은 조씨의 오랜 친구인 박모씨의 발언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부장판사)는 조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의 진위여부에 대한 증인심문을 벌였다. 이날 심문에서는 당시 공익인권법 센터가 주최한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세미나'에 조씨가 참석했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씨의 학창시절 지인들은 공통적으로 "당시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미나 참석여부를 두고서는 증인들의 증언이 상당히 엇갈렸다. 이들은 2009년 5월 15일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당일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두고서도 다른 증언을 했다.
먼저 증언한 장모씨는 검찰심문에서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한 적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가 변호인 반대심문에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세미나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두고도 "조씨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반면 어린 시절부터 조씨와 친하게 지낸 박모씨의 증언은 달랐다. 박씨는 "당시 현장에서 조씨를 만난 기억은 없다"면서도 동영상 속 여학생은 조씨가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이 제시한 조씨의 졸업사진과 평소 독특하게 펜을 잡는 습관을 미루어 봤을 때 조씨로 보인다는 것이다.
변호인 : 학술회의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했는데 계속 장소에 있었습니까?
박씨 : 정황상 그렇지만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변호인 : 검찰에서 영상에 나오는 옆모습이 조민과 닮았다고 진술했죠?
박씨 : 네
변호인 : 장씨 신문에서 보여준건데. 조씨의 졸업 엘범 처음 봤죠?
박씨 : 검찰에서 봤습니다.
변호인 : 두 개 함께 보니까 이 영상 속 학생의 가르마 안경 등이 조씨와 비슷하다고 한거죠.
박씨 : 네
지금까지 검찰은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 센터에서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확인서가 허위이며 당시 영상 속에 등장한 여학생도 조씨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 "조씨 아니다"라더니... 얼굴 드러난 사진도 못 알아봐
장씨는 당일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참석했기 때문에 조씨가 왔었다면 못봤을 리가 없다고 증언했다. 동영상에 대해서도 졸업사진과 비교해볼 때 조씨와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씨의 증언에 힘을 받은 검찰은 '당시 한영외고 교복이 줄무늬였기 때문에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은 한영외고 학생이 아니고, 그렇다면 조씨도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곧바로 힘을 잃었다. 당장 장씨가 조씨의 정면사진을 보고서도 '조씨가 아니다'라고 답하는 등 전혀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장씨라고 지목한 세미나 사진 속 인물을 두고 장씨 스스로 '내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 장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던 것이 맞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증언이 엇갈리자 재판부가 직접 장씨를 심문하기도 했다. 동영상 속 여학생이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이는 한영외고 교복이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교복이 아니라서 조씨가 아니다'던 장씨는 재판부 심문에서는 "하복은 '하얀색 셔츠'가 맞다"며 '스트라이프가 없는 옷이어서 한영외고 학생이 아니다'던 앞선 진술을 뒤집었다. 결국 장씨의 증언보다 박씨의 진술에 무게가 실린 셈이 됐다.
김선희 판사 : 세미나 때 증인 교복 마이(재킷) 같은 것을 다 입고 갔습니까?
장씨 : 더워서 아닐 겁니다.
김선희 판사 : 교복은 무슨 색입니까? 졸업사진에는 검정마이에 스트라이프인데.
장씨 : 그거는 동복입니다. 5월 달에는 하복을 입고 갔을 겁니다.
김선희 판사 : 여학생들도 반팔, 하복 블라우스면 흰색 셔츠겠네요?
장씨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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