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시한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 완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한다. 대교협은 정부가 대학에 지급한 혁신사업용 예산을 장학금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예산을 전용하면 내년도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손해를 봤다는 학생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재 시행 중인 온라인 수업의 질이 대면 강의에 비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92%가 수업의 질이 낮다고 응답했다. 또 도서관 등 학교시설을 이용하지 못했기에 등록금 환불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부는 애초 등록금 환불은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대교협과 공동으로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정부와 대교협은 등록금 환불 대신 장학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학생들의 손해를 보전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하지만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 확보에 실패하며 재원 마련이 어려워졌고 대교협이 요청한 사업비 전용도 불가능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한 서울시내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의 60% 이상이 인건비라 교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 한 환불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원 마련을 위해 대학들의 1개월치 회계장부를 점검했다”며 “전기 및 수도세 등은 줄어든 게 맞지만 방역비용과 중국 학생들 격리비용 등이 발생해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궁지에 몰린 대학들은 대면 강의를 제한적으로나마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체능과 공학실험 등은 온라인으로는 수업하기 어렵다. 서울대와 이화여대는 5월 첫째 주부터 부분적으로 대면 강의를 재개했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각각 11일과 13일부터 일부 대면 수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사립대 일부는 최근 소규모 실험·실습 과목과 함께 이론 과목으로도 대면 강의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체적으로 교직원들이 성금을 걷어 학생 1인당 10만~2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학생 달래기'에 나선 대학들도 있다.
하지만 전면 개학은 미정이다. 지난달 28일 대교협의 집계 결과 4년제 대학의 37.3%가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온라인 강의를 무기한 진행할 예정이고, 1학기 전체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한다는 곳도 전체의 23.3%나 됐다.
학생들은 이미 학기가 절반 이상 지났고 강의의 품질도 문제가 많다며 환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전국국공립대학생연합회(국공련)는 각 소속 학교에서 코로나19 등록금 환불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국공련 관계자는 “비대면 강의로 학생들이 학습권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203개 대학, 2만17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9.2%는 ‘등록금을 환불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전대넷 관계자는 “소송 진행 여부와 일정에 관해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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