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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 LG헬로비전 보도국장. [사진=LG헬로비전]
지난달 24일 오후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함께 내려져 있던 상황,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화마가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한 야산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초속 8m의 강풍을 타고 번져나간 것. 수십년간 지역을 지켜온 아름다운 산과 나무가 속절없이 타올랐다. 20㎞ 떨어진 시내까지 연기 냄새가 번졌다.
지역민들에게는 안전과 재산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였지만, 예고 없이 습격한 산불에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대피해야 하는지, 불은 어디로 번지고 있는지 불안해하던 주민들에게 케이블TV의 지역채널만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안동지역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인 '채널25'는 '안동 풍천면 야산서 산불'이라는 커다란 속보 자막을 시작으로 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헬기 7대가 투입돼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는 것과 주민들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있다는 사실 등이 긴급 속보 자막으로 송출됐다.
케이블TV는 재난 상황에서 공익적 메신저의 역할을 지속해왔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갈 때 케이블TV 지역방송(대구·영남·신라방송)의 지역채널인 '채널25'는 코로나 관련 정보를 24시간 전달하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전염병의 확산을 막았다. 지난해 4월 강원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태풍, 홍수, 돌풍, 폭발과 같은 국지적 재난에도 지역채널은 재난방송 보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케이블TV 지역채널이 재난방송을 통해 공공성을 가진 매체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노하우의 영향이 컸다.
첫째는 선제적이고 발 빠른 대응 시스템이다. 영남지역의 케이블TV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은 건조특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24일 오전부터 산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후 사전에 준비된 '위기 대응 매뉴얼'대로 중계 기능을 갖춘 LTE 카메라를 현장으로 급파하고, 안동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의 스태프와 취재진까지 즉시 사고지역으로 향했다.
둘째, 유연한 '특보 체제' 편성이다. 산불이 발생하자 LG헬로비전 본사 지휘부는 즉각적으로 특보 결정을 내리고 재난방송 준비 체제로 전환했다. 정규 뉴스 이후에도 산불이 번져 나가자 오후 7시 40분부터 특보를 편성해 실시간으로 재난 상황을 알렸다. 당시 지역채널은 총 10차례의 특보와 322분간의 재난방송을 내보냈다. 송출된 속보 자막만 400여개, 2만회가 넘는다. 시민기자 8명과 경북지역의 공무원 3명, 전문가 11명이 특보를 도왔다.
셋째, 지역 밀착형 채널의 전문성이다. 지역채널은 화재가 발생한 풍천면의 부면장과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을 차례로 연결해 화재 상황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지역 내 대학의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피 요령·산불 원인·진화 방법 등을, 대구기상지청 예보관과 전 기상청 대변인 등은 현장의 바람 상태 등을 전했다. 대피소 위치와 전기와 가스 차단 방법, 농기계 등의 폭발 방지 안전 정보와 고속도로 상황, 우회도로 등도 놓칠 수 없는 정보였다.
넷째, 맞춤형 정보 전달이다. 지역채널은 거주 외국인 200만 시대에 발맞춰 영어 자막도 제공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유튜브에서 동시 생방송을 진행하는 등 온라인 '옴니채널'을 확보해 TV를 볼 수 없는 지역민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TV 시청률은 1.7%를 기록했고, 유튜브 시청자도 3000명에 이르렀다. 또 재난 상황에 따라 중국어, 베트남어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수어방송을 제공하기도 한다.
산불은 40시간 만에 축구장 1000개,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800㏊의 산림을 불태우고 사라졌다. 46시간 이어지던 재난 방송도 기르던 돼지를 모두 잃은 돈사 주인의 이야기, 5대 조상 묘가 모두 잿더미로 변한 지역민의 아픔 등 뒷이야기들을 전하며 마무리됐다.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이 재난 방송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적·물적 토대가 있어서가 아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지역 밀착형 매체로서의 전문성, 지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명감 덕분이다.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이 오랫동안 지역민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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