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④LG] ​LGD, 글로벌 1위로 키운 구본무의 ‘승부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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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류혜경 기자
입력 2020-05-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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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5년 LG그룹 3대 회장 취임 후 23년간 LG 성장기 이끌어

  • 9인치형 이상 대형 LCD 디스플레이 분야 2009~2017년 31분기 연속 1위 저력

한국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코로나19로 국내 대다수 기업의 글로벌 공장이 멈추면서, 경제의 핵심인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가 1.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등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지켰던 선배 경영인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를 바탕으로 한 후배 경영인들의 새로운 위기경영도 주목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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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연구과제인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


“공정하고 강한 경쟁을 통해 배출된 전문경영인들이 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율경영체제를 더욱 굳건히 정착시키고, 최고의 인재들이 가장 자유롭게 능력과 창의를 펼칠 수 있도록 해, 세계에서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진정한 초우량기업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1995년 2월 LG그룹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 구본무 선대회장의 취임사 중 일부다. 구 회장은 23년간 LG그룹을 이끌면서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격식과 관행 등을 파괴하고, 인재들이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LG의 기반을 만들었다. 위기에는 과감한 결정과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등 강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구 회장의 집념 덕분에 LG는 2차전지, 디스플레이, 통신 분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했다. 취임당시 30조원 규모의 LG그룹 매출은 GS와 LS 등을 계열분리하고도 160조원(2017년 말 기준)으로 5배가량 성장했다.
 

2004년 3월 18일 열린 LG필립스 LCD 파주공장과 산업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오른쪽 세번째).[사진=LG 제공]


◆디스플레이 글로벌 1위 키운 구본무의 승부사 경영

구 회장의 빠른 결단과 집념은 그의 경영 행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 회장은 1998년 말 정부가 주도한 빅딜 논의에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 신용도 향상을 위해서 대승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통합하는 데 동참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후 구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위해 디스플레이사업을 키우기 위해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별도로 분리해서 ‘LG LCD’를 설립했다. 반도체 빅딜 직후 LG는 외자유치 협상에 속도를 올렸고,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의 자본을 유치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합작법인 LG필립스LCD다.

이후 LG는 2008년 필립스와 결별, 단독법인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고, 이후 더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LG디스플레이는 TV, 모니터,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9인치형 이상 대형 LC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2009년 4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 무려 31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구 회장은 대형 LCD 점유율 1위에 처음 올랐던 2009년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본격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OLED TV 패널은 4년 뒤인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55인치형 OLED 패널 양산을 발표했다.
 

구본무 선대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주요 일지.[그래픽=김효곤 기자]


◆회장전용헬기 개방, 불필요한 격식 없앤 ‘인재 우선주의’

구 회장은 격식을 탈피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축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1995년 회장 취임 직후, 회장 집무실의 대접견실을 개방해서 그룹 임직원 모두가 사용하게 했고, 그룹임원이 지방 출장을 갈 때 회장전용 헬기를 사용하게 했다. 회의에서도 따로 인사를 받지 않고, 10분 전에 미리 입장해서 회의를 준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인재를 채용하는 데 있어서도 적극적이었다. 구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우수인재 확보에 힘써야하며, 우수자원에 대해서는 최대한 취업의 기회를 부여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자주 언급했다.

LG그룹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하반기에도 당초 1200명보다 200~300명 더 많은 인원을 채용했다. 이듬해 1998년에도 LG그룹은 800명을 예정했지만, 구 회장의 뜻에 따라 1000명가량을 채용했다.

◆마지막까지 ‘정도경영’ 외친 존경받는 경영인

구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는 ‘정도경영’이다. 그는 1등 LG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도 경영을 중요시 했다. 평소에도 “1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1등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자주 강조했다.

정도경영은 취임 첫 해부터 구 회장의 행보에서 나타났다. LG그룹은 1995년 3월 LG공정문화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공정한 거래 문화 정착에 힘썼다. 2003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구 회장은 2005년에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라는 기본 경영이념에 정도경영을 결합한 ‘LG웨이’를 선포했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정도경영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룹 창립 70주년 행사가 열렸던 2017년 1월에 최고경영진과 만찬에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정도경영의 문화를 더욱 강화시켜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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