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건 예전처럼 통합개발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되돌리기가 불가능해요. 웃겨요. 정치인들끼리 다투다 이 꼴이니."(서부 이촌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서부 이촌동 정비사업지'에서 만난 주민과 공인중개사들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재추진 소식을 반기면서도 통합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동안 각종 정비사업 계획이 수립됐다가 폐기된 결과 모든 사업장을 따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정리돼 도시계획적 시너지 효과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이완수 성원부동산 대표는 "주민들도 통합개발을 원하는데, 이미 쪼개진 사업들이 어느 정도 진행됐고 분할된 지구단위계획을 되돌리기 어려워 아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예전에는 일단 개발 동의부터 하고 보상금을 책정하는 방식이어서 돈도 못 받고 쫓겨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많았는데도 동의율이 절반을 넘겼을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2007년 서울시가 발표한 서부이촌동-용산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계획에 대해 시행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주민 중 57.1%가 동의했던 전례를 언급한 것이다.
사실상 조합설립 전에 추정 분담금과 같은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도시정비법이 개정되기 전(2012년) '깜깜이' 시절에도 통합개발 동의율이 높았다는 얘기다.
다수 주민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2013년 통합개발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사업은 좌초됐다. 2015년 서울시는 서부이촌동을 세 지구단위계획으로 나누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분리했다.
이촌1구역 재건축 조합원 이모씨는 "여전히 통합개발을 원하는 분들이 많다"며 "모두 함께 개발하지 않으면 곳곳에 노후 시설물이 남고 대단지 프리미엄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재건축조합, 공인중개사들은 "예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구단위계획을 뒤엎고 각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과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자 개발할 수 있도록 이미 세 곳으로 나눈 구역을 다시 합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아직 서울시 내부에서나 국토부에서 관련 언급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인 이촌1구역과 중산시범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최소한의 연계성을 고려해 도로 배치 등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상태다.
이촌시범·미도연립 특별계획구역에는 아직 추진위조차 만들어지지 않았고, 본래 통합개발에 포함돼 있던 성원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주민들은 번번이 개발계획이 무산된 데 따른 불편함을 호소했다. 개발 찬반으로 주민들이 반목하게 됐고, 상점과 병원 등 편의시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미도맨션에 거주하는 이모씨(69)는 "개발계획이 나오니까 상가에 세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었지. 이제는 병원 한 번 가려면 멀리 걸어가야 해서 아주 불편해. 이제야 뭐가 된들, 여기 원래 사는 나 같은 노인들이 덕이나 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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