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럽다. 핵심은 비켜간 채 땜질식 처방만 엿보인다. 정곡을 콕 찌르는 '제도 개혁'은 간데없고 정치적 수사만 난무한다. 말만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이지, 숫자 부풀리기도 엿보인다. 정책의 밑그림은 그렸지만, 큰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집권 4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으로 꺼낸 '한국판 뉴딜' 얘기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40대를 타기팅한 세밀한 일자리 정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에, 4·15 총선에 줄줄이 밀렸던 40대 고용 대책은 끝내 '한국판 뉴딜'의 기대효과 안에 편입됐다. '40대 고용 대책'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끝도 보지 못했다. 성경 구절과는 정반대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코로나·총선에 밀린 '40대 고용대책'
1930년대 대공황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뉴딜의 핵심은 구호(Relief), 재건(Recovery), 개혁(Reform)의 3R이다.
이 중 핵심은 제도 개혁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뉴딜은 당시 '자유방임형'에 그쳤던 미국의 자본주의를 '제도화'의 길로 대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세기에 다다른 케인스의 뉴딜이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꺼낸 한국판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제도 개혁'보다는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과 언택트(Untact) 산업 육성 등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선도형 성장전략으로 내세운 '3대(비메모리 반도체·바이오·미래형 자동차) 중점육성 산업 전략'도 포스트 코로나 대안에 포함됐다. 사실상 '정책 돌려막기'다. 전 국민 고용보험의 단계적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숨어버린 정책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40대 일자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40대 일자리 문제를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12월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직후다. '경제 낙관론'을 폈던 문 대통령은 40대 고용 부진에 대해선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 일주일 만에 '40대 고용 대책' 범정부 TF 구성과 함께 '2020년 1월 실태조사→3월 대책 마련'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40대 고용대책도 뉴딜도 차관 주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40대 일자리 정책은 외부 변수에 줄줄이 뒤로 밀렸다. 제조업·건설업 전통 산업 붕괴에 대한 대안도, 저효율 고비용 구조를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안도 없었다.
애초 40대 고용 대책 발표가 예정됐던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고용 상황이 크게 변화됐다"며 "40대를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정책 후퇴를 사실상 선언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뉴딜을 언급했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가 이를 즉각 받았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제2차 경제 중대본 직후 한국판 뉴딜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20∼40대 청년층 일자리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아주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정 세대를 위한 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앞서 40대 고용 대책을 위한 범정부 TF는 기재부와 고용노동부 차관이 이끌었다. 한국판 뉴딜도 기재부 차관이 주도한다. 정부 의지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집권 4년 차는 '마지막 기회'다. 87년 체제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과 헌정사상 전국 단위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공룡 여당이 있지 않나. 고공행진하는 지지율만 보면 정권 초반 '허니문 기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천운의 기회를 실기할 땐 문 대통령도 4년 차 증후군에 빠진다. 다른 퇴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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