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고위험 투자에 관심이 없던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주식과 옵션의 세계로 이끌었다. 강씨는 자신이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주식 계좌 개설 전엔 적금과 청약 외에 별다른 금융상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도 매일 폭락하는 주식 시장은 언젠간 반등할 것이라는 게 확실해 보였다. 종목에 따라 매일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혼란스러운 시황이었지만, 강씨는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 성향을 주식 투자에서도 버릴 수 없었다.
강씨와 같은 투자자들은 폭락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7조8088억원에 달한다. 쏟아지는 물량은 개인 투자자들이 받았다. 개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을 8조7088억원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2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4일엔 1조6978억원을 순매수하며 1999년 이후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강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할지 말지 고민이 크다. 그의 삼성전자 매입 주당 평균단가는 4만6000원.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4만8000원과 5만원 사이 박스권을 오간다. 애초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샀지만,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같은 코스피 우량주인 현대자동차나 SK하이닉스보다 저조하다.
최지현씨(31)는 해외 주식에 눈을 돌린 케이스다. 그가 매수한 종목은 넷플릭스다. 최씨는 "코로나19로 약속을 전부 취소하고 주말에도 할 일이 없어지면서 넷플릭스를 보는 게 일상이 됐다"며 "넷플릭스를 2017년 말부터 이용했는데 결제 시작 후 2년 동안 본 영상보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본 영상이 더 많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도 대부분 저녁에 별로 할 일이 없어 넷플릭스나 왓챠, 웨이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본다. 그래서 주식을 좀 사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올라 올해 휴가를 해외로 갈 수 있을 정도는 번 것 같다"고 투자 일대기를 요약했다. 최씨는 "시국이 이래서 휴가를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넷플릭스 주가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3월 중순, 주당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언택트 수혜주로 주목받고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8일 종가 기준 435달러를 기록 중이다.
◆해외주식·선물·원유까지 먹어 치운 개미들, 코스피에 웃고 원유에 울었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도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결제금액(매수+매도액)은 388억6419만 달러(약 47조375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결제금액인 409억8539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해외거래 대부분은 미국 주식에 집중됐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아 폭락했지만,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봤다.
동학개미들 모두가 투자에 성공한 건 아니다. 이탐나씨(가명·29)는 진단키트 테마주에 물린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로 주식 초보를 가리키는 말)다. 그는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이 곧 날 거라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길래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진단키트 종목 중에 주당 가격이 싼 수젠텍에 투자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에도 눈을 돌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2월 9249억원에서 3월에는 3조1047억원으로 급증했다. 또한 4월 8일부터 5월 7일까지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WTI 원유선물'이었다. 개인은 한 달 동안 이 상품을 1조2146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원유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반등을 노린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한다. 등락을 거듭하긴 하지만, 원유 투자자들은 일단 웃고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 세계에 발을 디딘 투자자들은 상품에 관한 이해 부족, 일부 증권사들의 시스템 준비 미비 등 다양한 이유로 일부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장기전 코로나처럼 그들의 자본시장 반란도 시간과의 싸움"
투자자들이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자본시장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는 곳에 투자한다'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학개미 운동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본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고, 투자 방향 또한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젠 장기전인 코로나 전쟁처럼 동학개미들의 자본시장 전쟁도 시간과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그들이 승전고를 언제쯤 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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