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차 유행의 갈림길에 선 정부가 1주일 씩 추가 등교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2차 유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 결과다.
이태원 집단감염 확진자가 90여명에 달하고, 클럽 방문자 접촉을 통한 2차 감염이 늘고 있어 관계부처는 이날 긴밀한 협의에 나섰다. <관련기사 4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영상 회의를 통해 등교 연기 여부를 논의했고, 오후 5시 30분께 결정을 내릴 정도로 고심을 거듭했다.
등교 수업을 강행할 경우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등교 수업을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등교 수업을 미뤄달라는 청와대 청원 건수는 20개를 넘어섰고, 그중 한 청원은 18만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여기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이 등교 연기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교육당국을 압박했다.
또 방역당국과 교육부는 등교 수업이 시작될 경우 지역사회 유행을 우려했다. 지역사회 감염은 지난 3월 대구·경북에서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1차 유행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가 등교 연기 역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사일정 재조정은 물론 등교 수업을 기다렸던 학부모들의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이 같은 정부의 고민을 토로했다. 정 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초·중·고교생의 등교 일정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협의 중인 상황”이라며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과 관련해서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오늘 정도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고 교육당국과 관계기관들이 협의해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고심 끝에 결정된 추가 등교 연기는 다시 연장될 수 있다. 교육부는 코로나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추가 등교 연기 여부를 이달 20일께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방역당국은 등교 연기 논의와는 별개로 방역 부문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검사가 권고되는 증상을 발열과 기침 등 외에도 두통이나 미각 상실, 후각 상실 등으로 확대했다. 코로나19 국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그간 알려진 임상적 정보들을 서둘러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은 이 같은 증상을 구체적으로 담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대응 지침 제8판’을 시행했다.
지자체들도 강화된 대응을 내놨다. 서울시는 13일부터 출·퇴근길 등 서울 지하철 혼잡 시에는 승객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 마스크를 안 가져왔을 경우에는 역사에서 덴탈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단, 지하철 혼잡도(승차정원 대비 탑승객 수)가 150% 이상에 이를 경우로 한정했다.
서울시는 이 방침의 시행을 위해 지하철 여객운송약관 중 승차거부 규정에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관련 사항을 추가키로 했다.
정부는 전과 다른 상황 변화 속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재시행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감염 경로) 미확인 비율이 일시에 높아졌다고 해서 바로 생활방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전환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지속적인 추이를 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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