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억명 실업위기]손가락 빠는 기업, 야반도주하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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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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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럽 코로나 확산, 수출 급감

  • 무역업체 절반 "간신히 경영 중"

  • 동부연안 도시들 무역지표 악화

[사진=신화통신]


중국 광둥성 둥관의 시계 제조업체인 징두(精度)는 향후 3개월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유일한 거래처인 미국의 시계 전문기업 파슬(Fossil)이 신규 발주를 중단한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 직원이 사직하고 회사 문도 닫게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1분기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9432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4% 감소했다. 수출은 13.3%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동부 연안에 밀집한 수출 기업들은 해외발 주문 취소가 밀려들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 부장은 지난해 열린 한 기자 회견에서 "대외 무역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취업 인구는 2억명 이상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4분의1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사상 초유의 실업 대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문 취소 행렬에 휘청, 야반도주까지

12일 중국제조망과 중국신문주간, 제일재경신문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제조·무역 기업들의 경영난이 임계점에 달한 상황이다.

둥관의 한 가구업체에서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덩훙(鄧虹)씨는 "2개월 전만 해도 언제 조업이 재개될지 몰라 해외 구매상들에게 제품 인도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설득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덩씨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오히려 해외 구매상들이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며 "최근 신규 주문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국제조망이 203개 무역업체를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45.6%가 '코로나19 여파로 간신히 경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덩씨는 "재고가 창고에 쌓이고 잔금 회수가 안 되면 어떤 기업도 버텨낼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1992년 설립된 둥관의 판다(泛達)완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주가 끊기고 자금난이 이어지자 지난달 폐업을 신청했다. 사장은 밀린 임금을 떼먹고 야반도주했다.

시계 제조업체 징두의 사례처럼 일부 대기업에만 납품하며 거래처 다변화에 소홀했던 기업들이 최대 피해자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연구원의 자오핑(趙萍) 주임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문제 중 하나가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 경우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무역을 할 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신문주간은 "중국의 최대 무역 주체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외자 기업에서 민영 기업으로 바뀌었다"며 "무역 실적이 있는 업체만 40만6000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들 업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경우 기본적인 취업과 민생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부 연안 무역도시 초비상

지난해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10대 무역 도시(선전·상하이·둥관·쑤저우·주하이·샤먼·광저우·닝보·톈진·베이징) 중 베이징을 제외한 9곳이 동부 연안에 밀집해 있다.

이 가운데 선전과 둥관, 쑤저우, 샤먼의 수출입 총액은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를 뛰어넘는다. 무역 환경이 악화하면 재정 불안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둥관의 1분기 수출입 총액은 250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4.3% 감소했다. 수출은 1495억 위안으로 13.3% 줄었다.

닝보의 1분기 수출과 수입은 1148억 위안과 694억 위안으로 각각 11.8%와 7.6% 감소했다.

샤먼 상무국은 관내 210개 무역업체의 수주 현황을 조사한 결과 189곳의 수주량이 감소했고 평균 감소폭은 24%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 뼈아프다. 샤먼의 경우 1분기 전기·기계 제품 수출액이 336억 위안으로 8.4% 줄었고, 그 중 액정 디스플레이는 42.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의료 물자 수출은 5억6000만 위안으로 41.5% 급증했지만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코로나19 특수만으로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2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국신문주간은 둥관의 다수 업체를 취재한 뒤 "수주 물량이 4월 말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모두 소진된다"며 "현재처럼 발주 문의가 사라진 현상이 이어진다면 공장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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