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등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직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 재판관이 처음이다. 이 재판관은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지만 이날 증인으로 나왔다.
이 전 재판관은 심 전 고법원장 재임 시절이던 2015년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심 전 고법원장은 당시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행정처에서 심상철 당시 고법원장에게 "김광태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서울고법 행정6부에 배당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에 서울고법이 특정 재판부에 이 사건을 배당하기 위해 사건번호를 비워둔 채 다른 사건들을 배당한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나 이종석 재판관은 “통진당 사건 배당과 관련해 제가 경험한 것도 없고, 심 전 고법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찾아뵙고 상의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을 전후해 김광태 부장판사와 이야기했느냐',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나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연락하거나 사무실에 방문한 적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그런 기억 없다"고 답했다.
당시 1심 선고 이후 관련 언론보도 등으로 해당 소송이 민감하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이에 '특례 배당'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기억이 없다”며 “관련 보도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통상적인 행정사건 항소심의 사례와 달리 오전이 아닌 오후 늦게야 배당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도 이 재판관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이 재판관은 “배당이 이뤄진 시간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오후에) 배당이 됐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도 특별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기억이 없다는 말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기억이 흐려졌다는 의미냐, 아니면 혹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례적이라 기억날 텐데 안 나는 것을 보면 사실상 없던 일이라는 뜻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재판관은 "저도 증언을 처음 하게 되는데, 증언이란 게 현재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법관으로 일하는 동안 원칙에 어긋나는 배당을 한 일이 없으므로,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례적이어서 기억을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그냥 무심히 지나갔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한다”며 “적어도 제 기억상으로 그런 사실은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두 차례 증인신문에 불출석한 점에 대해, 재판 일정에 지장을 드렸을 것 같아 대단히 미안하다”며 “공식적 일정이 있었기에 출석이 어려웠다”고 밀했다.
이어 “적어도 제가 관여한 배당 업무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배당을 했다는 생각은 가지지 못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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