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매일 집계하는데 “아는 바 없어” 딴청
13일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일단 긴급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건수나 금액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날 긴급 재난지원금 주무부서 관계자는 기부 건수와 금액에 대해 “집계 결과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고 집계를 하지도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행안부는 긴급 재난지원금 신청액과 건수를 매일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12일 24시 기준 전국 375만9000여 가구에서 총 2조5253억원을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난지원금 신청과 기부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기부 관련 정보가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일들이 반복되고 사실상 기부 유도라며 ‘문재인 피싱’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행안부는 결국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안부는 “시스템 부하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며 “정부가 시스템적으로 기부를 유도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행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신청할 때 혼란을 없애기 위해 13일부터 전액 기부를 선택할 때 팝업창을 통해 확인하도록 카드사에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다”며 “기부를 잘못 선택하고 당일에 수정하지 못해도 나중에 주민센터에 가서 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 공무원들 “울며 겨자 먹기 기부”
대통령, 경제부총리는 물론 여당 주요 관계자들이 잇따라 재난지원금 기부를 선언하면서 ‘관제 기부’나 ‘강제 기부’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불만 목소리도 커진다. 정부가 소득 상위 30%를 대상으로 기부를 권고하는 것 자체가 이미 기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대기업과 공무원 조직에서 ‘강제 기부’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농협은 임원과 간부급 직원 5000명이 기부를 선택했다고 홍보했다. 한 농협 직원은 “내부적으로 고통 분담을 이유로 감봉 얘기도 나오는데 기부까지 종용한다”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그룹도 임직원 2700명의 기부 참여 사실을 알렸지만, 직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아 뒷말이 무성하다.
공무원 조직에선 수장의 기부에 눈치 보기 기류가 감지된다. 의사도 묻지 않고 연가 보상비를 삭감당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도 해야 할 판이라 불만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5급 사무관 이상은 거의 의무적으로 기부를 해야 하는 분위기고 주무관급에서도 차라리 지원금을 신청하지 말자는 말이 나온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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