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했는데 폐쇄적 운영, 제왕적 권한...분양가 협상 실패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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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5-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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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들 수준 높아졌는데 여전히 방만경영..."눈높이 안맞아"

  • 재건축사업성 악화되서 '부글부글'인데 분양가협상도 실패

[둔촌주공 철거현장]


최근 조합장 해임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에 따른 사업성 하락으로 조합 내 갈등이 커진 탓이 크다. 정비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조합장 전문성에 대한 요구와 각종 이권에 대한 감시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폐쇄적인 운영권을 휘두르는 조합장도 적지 않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원들이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상 실패로 일반분양가가 낮아진데다 사업 지연 등으로 수십년간 쌓였던 조합 내 갈등이 터진 결과다.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둔촌주공 조합원 카페에는 3500명 이상이 모였다. 이들은 현 조합장이 20년간 장기집권하면서 공사지연·공사비증액·각종금리부담 증가·분양가협상실패 등 총체적인 실패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페에 따르면 HUG가 요구한 대로 일반분양가를 2970만원으로 낮추면 이주비대출금, 이사비 대여금 등을 포함해 가구당 분담금이 1억2096만원가량 더 증가한다. 

터무니없이 늘어진 착공기간도 문제다. 이 단지는 2010년 8월에 시공사를 선정, 지난 2월 착공을 시작하기까지 무려 9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둔촌주공보다 5년이나 늦게 시공사를 선정한 원베일리 조합이 비슷한 시기에 착공에 돌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기간이 두배 가까이 지연된 셈이다.

둔촌주공 카페 관계자는 "조합원 중에 법조계, 건설, 마케팅, 금융 등 다양한 전문가가 많은데 조합이 불통, 방만한 경영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보니 당연히 눈높이가 맞을 리가 없다"면서 "개인부담으로 전환된 이주비대출 가산금리 하나만 비교해도 고덕자이, 천호3구역 등 인근사업장과 비교해 0.9%~1.3%포인트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당시 동일 금융기관, 인근 단지와 비교해도 엄청난 수준의 고금리 수의계약인 만큼 대출 과정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돼 동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이 해임 동의안에 찬성해줘야 하는데 사전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2000~3000명가량이 동의를 표해 이번에는 반드시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조합장들이 조합원 요구 대신 건설사들의 편에 섰다는 의혹은 사실 사업장마다 빈번하다. 건설사들은 주요 재건축 현장의 시공권을 따기 위해 각종 당근책을 조합원에 제시하다보니 조합장을 왕처럼 대한다. 조합장은 재건축 조합의 대표자로서 조합을 대표해 이주, 철거, 시공, 입주 등 사업추진 전반에 걸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조합장들에게 건네는 돈과 선물 수준도 수억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8년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강남의 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합장에 1억~3억원이 넘는 현금과 명품백 등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과정부터 착공까지 오랜 시간 동안 건설사와 조합의 유착이 이뤄지면 조합장도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면서 "이 과정에서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충돌이 심해지고, 기존 조합이 와해되고 새로운 조합이 탄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재건축업계에서는 조합장을 '양날의 검'에 비유한다. 잘되면 수십억원대의 성과급을 챙길 수 있지만 잘못되면 수년간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이다. 그는 아크로리버파크의 성공으로 팬트하우스를 분양받았고, 수십억원대의 성과급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성과급으로 조합원들과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아르테온 조합장은 17억원의 성과급을 요구했다가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헬리오시티) 전 조합장은 협력업체 선정 청탁금 명목으로 브로커로부터 1억1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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