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형평성 훼손된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제 과감히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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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0-05-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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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

요즘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통행료에 대한 생각을 더 해보게 된다. 하이패스 차로를 지나면 빠져나가는 금액이 음성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공공재를 만들려면 누군가는 부담해야 함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도로를 만드는 일도 그렇지만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도 돈이 든다. 세금에서 충당하든 통행료를 내든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국정목표 아래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고속도로와 관련해서 명절 통행료 면제나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조정처럼 통행료 부담을 낮춘 사례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고, 일면 타당한 정책이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공공부문이 먼저 건설하고 그 비용을 유지비와 함께 사후에 통행료로 회수한다. 이 비용이 적기에 회수되지 않으면 해당 공기업은 적자를 보게 된다. 부족한 돈은 정부의 재정이나 빚을 얻어 충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우거나 미래세대의 짐으로 남는 셈이다.

현재 고속도로 통행료는 '이용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행료 수입으로 건설비와 유지관리비를 충당하지 못한다면 현행 통행료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 요금 자체가 비현실적인지 통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지 들여다봐야 한다. 우선 통행요금은 유료도로법에 근거한 '원가회수주의'가 적용돼 실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5년간 통행료가 계속 동결되었다는 점에서 재고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다음은 통행요금 징수의 적정성 관점에서 통행요금 감면제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행 통행료 감면 및 할인 제도는 총 22개인데 이 규모가 만만치 않다. 2019년 한 해 감면액은 전체 통행료 수입의 9.6%에 달한다. 이러한 감면 수준은 철도(4.2%), 전기(0.9%), 가스(0.3%) 등 다른 공공요금에 비해 매우 높다.

재정 여력이 있다면 감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해당 공기업의 재정여건이 안 좋은 데다, 이걸 누군가는 대신 메워야 할 상황이라면 이제부터는 감면 대상과 범위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감면제도 중에는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할인, 군·경 작전차량 면제같이 사회정의 구현이나 국가유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도 있지만, 국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특정 대상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제도도 있다. 그런데 이 중에는 출퇴근 시간 할인제처럼 외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고 정책효과도 낮은 게 있는가 하면, 경차 할인제도처럼 이미 정책목표를 달성했거나 형평성 시비가 큰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감 등의 취지로 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1996년에 경차 할인제도를 도입했으나 이미 경차 보급률은 약 8년간 10% 수준에서 정체되었으며, 경차를 세컨드 카로 보유하는 가구가 경차를 한 대만 보유한 가구보다 많다. 게다가 경차 할인제의 근거가 됐던 경차 연비가 오히려 일부 소형차에도 뒤지는 상황에서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알다시피 현재 정부의 재정 상황은 좋지 않고 해당 공기업의 부채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러한 감면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누군가 세금이나 통행료를 더 내야만 한다. 이런 합의가 어렵다면 명분이 약한 것부터 과감히 정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또한 현재 수준의 감면액 규모를 유지한다고 해도 명분이 약하거나 실효성이 낮은 부문은 제외하는 대신, 대중교통 이용 장려를 위한 '대중교통수단 할인'이나 출산 장려 차원의 '다자녀 가구 할인'처럼 정책 부합성이 높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부문을 추가하는 게 옳다고 본다. 통행료의 수용성이나 형평성 문제로 불편해하는 국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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