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의 지속된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커머스 약진 등 삼중고에 휩싸이면서 빠른 속도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유통업계에 뾰족한 활로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악재가 하나같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 성향 거대 여당 중심의 21대 국회를 앞두고 유통 대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여당은 이미 총선 주요 공약으로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한 유통업 규제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유통 시장 전체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은 유통 산업의 진흥과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위해 제정됐지만, 사실상 대형 유통사들에는 악법이나 마찬가지다. 대형 마트를 비롯한 대규모 점포,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은 모두 이 법에 따라 영업시간 및 출점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여당은 복합 쇼핑몰의 입지 및 영업 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까지 지정하는 공약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100건이 넘는다. 업계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4일 한 대형 마트 고위 임원은 "사실 대형 유통사들의 편이 돼주는 정치인들이 누가 있겠나. 문제는 기존에 채워진 족쇄 정책만으로도 영업이 어려운데, 추가 제재까지 예고돼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 매장을 둘러봐도 고객이 줄어드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띌 정도다. 주변 마트들이 괜히 줄줄이 문을 닫는 것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형 마트와 전통시장 간 관계가 대립된다는 개념은 이미 10년 전의 일이다. 유통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휘청이고 있는데, 관련 법안들은 아직도 과거에 묶여 있다"며 "규제 몇 가지만 풀어줘도 대형 마트, 관계사, 전통시장 모두 상생할 수 있다. 일자리가 나오고 상권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와 이커머스의 부상도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침몰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에서 이커머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언택트 문화는 이미 20~30대를 빠르게 흡수하며 이커머스 시장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언택트 문화 선호 현상도 점점 짙어지는 추세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쇼핑하기보다는 직접 물품을 고르며 따지는 등 전형적으로 발품을 파는 데 익숙한 세대였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마스크, 손세정제 등 온라인 구매를 경험한 50대 이상 고객은 언택트의 편리함에 점차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매장은 확진자라도 다녀간 경우 사실상 기피 시설로 낙인되면서, 이들 세대의 온라인 물품 주문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의 대형 마트 규제 핵심은 영업시간 제한이다. 과연 대형 마트가 1개월에 두 번을 의무휴업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정당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오프라인 업계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1개월에 고작 2일 휴업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평일과 휴일의 마트 매출이 현격히 다른 점을 감안하면, 업체가 입는 실질적 피해는 상당히 크다. 법 개정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 교수는 "이커머스 업계는 별다른 규제 없이 24시간 내내 가동되면서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마트 업계는 분명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며 "유통업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트 대 전통시장'이 아닌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조속히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