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가계대출 빗장…서민 돈줄부터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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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김형석 기자
입력 2020-05-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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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가액 작년보다 2.3조↓…리스크 관리

  • 기업대출은 두달 연속 사상최대 증가폭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일제히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코로나19 피해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등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다 보니, 리스크가 우려되는 일부 가계대출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취약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대출에 빗장을 걸면서, 서민들의 자금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제도권 금융사에서 돈을 구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금융권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월(5조1000억원 증가) 대비 2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직전 월(9조3000억원 증가)과 비교해도 6조5000억원가량 축소됐다. ‘코로나 19’ 여파로, 기업대출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증가폭을 이어간 것과는 대비되는 기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급증한 소상공인 대출에 부실 우려를 느껴 가계 대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장·단기적 리스크 관리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특히 ‘신용 대출’ 측면에서 고강도 완급 조절에 들어간 양상이다. 당분간 ‘신용 대출’ 조건을 최대치까지 강화하다가 상황을 봐서 다시 정상화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행 차원이 아닌, 각 지점별 지점장 판단 아래 이뤄지고 있다.

NH농협은행 중 일부 지점의 경우, 지난달 지점장이 구두 또는 문서로 지점 직원들에게 ‘개인 신용 대출’ 요건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일부 지점도 각 지점장 역량 아래 신용대출 ‘빗장 걸기’에 돌입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지점별로 지점장이 전결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부 가계대출과 관련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걸로 보인다”며 “핵심성과지표(KPI) 평가 기간에 맞춰 상황을 지켜보다 다시 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신용등급 등에 문제가 없는 직장인이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거절당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신용등급 2등급의 직장인 A씨는 “최근 국민은행 모 지점에 방문해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거절당했다”며 “같은 기준으로 다른 지점을 방문하니 별다른 문제없이 대출을 받을 수가 있었다”고 전했다.

각 은행별 전세자금대출 역시 보수적 운용 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아파트 외 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려다 서민의 주거안정성을 위협한다는 비판에 하루 만에 철회한 바 있다. ‘대출 중단’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당분간 각 은행별 전세 대출 취급의 보수적 분위기가 지속될 거라는 게 업권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저축은행도 저신용자 대상의 대출 심사 강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진행한 경영진 회의에서 취약 차주 대상의 대출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유진저축은행도 가계대출의 평균 대출 가능 신용등급을 소폭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높은 취약차주의 대출부터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서민들이 자금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금융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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