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기억과 증언은 꾸며낸 것이 아니기에 애매한 언어로 발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언제 무슨 배를 탔느냐’는 질문에 ‘어느 봄날, 시커먼 배를 탔다’고 답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진실한 겁니다. 한데 일본의 우파들은 공식기록 운운하면서 기억의 진정성을 부정합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일종의 ‘기억전쟁’이죠.” ‘기억전쟁’의 저자 임지훈 교수의 말이다. 기억은 추억이자 상처이고 동시에 모든 기록물의 원석(原石)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로 지금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가 진실 공방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과의 기억전쟁에도 바쁜 터에 스스로의 과거와 기억전쟁에 돌입한 셈이다. 그 누구도 진실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보도된 것만 보면 '정의연'도 구설에서 당장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번 ‘기억전쟁’이 진영 간의 ‘프레임’ 전쟁으로 변질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에 생채기를 주지 않고 우리 시민의식이 보다 성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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