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발(發) 코로나19 확산세에 기업들이 근무 정상화를 보류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용산사옥 확진자가 발생해 사옥을 폐쇄했다. CJ제일제당도 부산공장에서 이태원 클럽 방문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시설 일부를 폐쇄했다. 샘표도 확진자가 나왔고, ㄷ법원도 구치소 직원의 확진으로 폐쇄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게임빌 등 주요 IT·게임사도 전직원 정상출근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업무에 스며든 비대면, 발전에 고민
끝이 안 보이는 사태 속에서 비대면 업무에 적극 나선 곳은 SK다. SK 계열사들은 최근 최태원 회장 지시로 상시적 재택근무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룹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지난달 재택근무 종료 이후에도 상시적 재택근무 체계와 조직 운영 방식 변화 등으로 새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3월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체계적인 워크 시스템(Work System)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평소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된 곳에선 코로나19가 근본적인 업무방식 변화로 이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4일부터 임산부와 기저질환자를 제외한 임직원이 정상 출근하고 있다. 화상회의는 평소 사용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를 그대로 사용중이다. 비대면 전자결재는 이전부터 기본 업무방식으로 자리잡아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업무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4월 재택근무를 마친 국내 한 보안업체도 평소 사용해온 팀즈를 활용해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시차출근제를 시행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는 시행하지 않았다. 평소 필요한 상황에 비대면 기술을 사용해왔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를 통해 업무용 PC 환경을 구축하고 평소 지방 주요 생산시설과 화상회의를 하는 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본래 보안에 무게를 두고 클라우드를 이용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디나 사무실이 되는 효과를 검증했다는 경험이 가장 큰 소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며 근무환경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야 근무방식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며 “이대로 사그라들 지 진행될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20대 젊은 직원의 경우 비대면 근무를 선호하는 반면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은 대면 업무가 편하다고 느낀다”며 고민의 여지를 남겼다.
기업들이 고민에 빠진 가운데 시대적 흐름이 된 비대면 근무에 대한 관점을 기업 스스로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 팀장은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대면 경제의 시작,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포럼에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 바뀐 원격 근무 트렌드’를 주제로 발제했다.
신 팀장은 비대면 원격근무가 기업의 비용절감과 직원 삶의 질, 탄소 배출량 감소와 대도시 인구집중 완화 효과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 기업이 재택근무를 보던 관점은 개인과 업무환경, 조직과 관리자 등이 특별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이었다. 2006년부터 원격근무 계획을 세워온 일본도 회사 출근에 대한 선입견을 깨지 못했다.
관점을 뒤집은 사건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원격근무 기술이 있어도 쓰기를 주저하던 일본 사회가 ‘해 보니 괜찮네‘라며 선입견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도 코로나19로 이 같은 효과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원격의 일상화’를 받아들이는 선입견 깨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쩔 수 없이 원격근무를 해야 했던 경험이 향후 일상 속 업무와 소통에 ‘뉴 노멀(새 기준)’이 된다는 이야기다.
신 팀장은 원격근무 성공의 조건으로 개인과 회사의 신뢰 확보와 익숙한 업무환경 제공을 들었다.
또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일지 작성으로 신뢰를 높이고 △조례와 종례로 얼마나 업무에 집중했는지 공감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조건으로 기업의 근본적인 관점 변화를 들었다. 신 팀장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배려가 아닌 업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