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경관이 둘레에 펼쳐져 부산에 남은 대표적인 노른자 땅인 옛 미월드 부지가 호텔 등 관광시설이 아닌 주거단지로 개발될 것으로 알려져 특혜 시비를 낳고 있다.
14일 부산 수영구 등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놀이시설인 옛 미월드 땅을 지난해 인수한 시행사 ‘티아이부산피에프브이’는 최근 해당 부지에 생활형 숙박시설 3개동을 짓겠다며 수영구에 경관심의를 신청했다.
경관심의는 부산시 실시계획 인가를 받기 위한 사전 절차로 오는 20일 그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시행사가 제출한 계획에는 민락유원지(9만6000㎡) 부지에 최대 42층짜리 생활형 숙박시설 3개 동을 짓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 시행사는 호텔1개동과 레지던스 2개동 건립 계획을 내놓아 인허가를 받아낸 적이 있다.
문제는 해당 부지에 건립을 추진했던 '특급호텔'은 아예 빠진 것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유원지 부지에 건설 가능한 숙박 시설은 맞지만, 호텔 등 일반 숙박시설과 달리 내부에 취사시설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주거가 가능하다.
실제로 도시내 생활형 숙박시설은 대부분이 주거지로 쓰이고 있어 편법 주거시설이라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 시행사가 이 문제를 들고 일어났다. 이철 전 지엘시티 대표는 수영구 등 관계기관이 호텔 등 관광시설을 메인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수익성이 큰 생활형 숙박시설 건설을 포기하고 호텔 등 관광시설 위주로 사업계획을 짰다.
시행사는 낮은 수익성으로 투자를 일으키는 데 어려움을 겪다 결국 사업이 부도났다.
이 전 대표는 “만약 3개동 전체를 생활형 숙박시설로 허가해 주면 당장 수영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새 시행사에 전형적인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지 인근의 주민들도 “세계 유명호텔이 들어와 관광지로서 위상을 높일 줄 알았는데 고작 레지던스 분양하려고 시간을 끈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미월드 부지가 사실상 주거단지로 될 경우 난개발 논란은 불가피하다. 애초 공원 부지였던 이 땅은 2007년 호텔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유원지'로 도시계획이 변경됐다.
당시에도 특혜와 난개발 지적이 나왔지만, 관광 활성화를 위해 특급호텔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따라 세계 유명 호텔체인 등을 유치하는 쪽으로 사업 가닥이 잡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호텔 건립 계획이 슬그머니 빠지면서 결국 공공재를 사유화 해 단순 주거단지로 전락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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