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부터 공을 들이다 흐지부지된 '국민연금 개혁'에 시동이 걸렸다. 순수 내국인만의 50년 뒤 인구 규모를 내다보는 첫 작업이 시작됐다. 실질적인 연금 수요를 추산할 수 있는 이 인구 추계 통계는 오는 10월쯤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가칭 '이주 배경별 인구추계' 통계 작성을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 대표적인 사회·인구학자인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를 비롯해 보건사회연구원·이민정책연구원 전문가, 다수 인구학자가 참여한다. 오는 10월 중순 통계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다.
2017년 인구 분포를 기준으로 앞으로 50년 뒤인 2067년까지 △한국 출생 내국인 △귀화인 △이민자 2세 △외국인(3개월 이상 상주 외국인) 등으로 나눠 추계한다. 앞서 지난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는 전체 인구를 합한 수치여서 순수 내국인을 분리해 인구 추계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국민연금 개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시행 33년 만인 2020년 4월 수급자 5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지난 3월 만 62세가 된 1958년 3월생이 지난달 24일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수급자 나이는 현재 62세에서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늘어난다.
지난해 6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애초 정부가 내다본 2057년보다 3년 앞당겨 2054년으로 내다봤다. 이미 국내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명 밑으로 떨어져 출산 절벽까지 예고된 상황이어서 국민연금 개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이번 '이주 배경별 인구추계'를 통해 순수 내국인의 인구 추계를 구체화하면, 출산율은 기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혜자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납부자가 턱없이 모자라 연금 고갈 시점은 더 당겨질 수도 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순수 내국인의 출산율은 기존 추계보다 더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며 "기존 추계와 달리 연금 기금을 안정화할 부동 인구의 실질적인 변화 규모를 가늠한다면, 미래 정책을 마련할 때 생기는 변수를 제거한다는 것이어서 연금 개혁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내국인 인구 추계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4대 보험 전체와 사회 복지 정책 전반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일자리를 비롯해 의료·퇴직 등 다양한 사회 복지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 역시 인구 추계 결과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의 인구 추계는 내외국인 전체가 묶여 있는 구조이고, 이번 추계는 순수 내국인 통계라는 성격이 짙다"며 "내국인을 구분해 연금·재정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예측하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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