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이태원 등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자, 젊은이들이 강남, 건대 등 다른 번화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일찍이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이태원 외 서울 유흥 지역을 예의주시했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번 주말이 고비라는 방역당국의 당부에도 20~30대 젊은이들이 일부 번화가에서 유흥을 즐기며 집단감염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주말 사이 등교 개학 연기 청원이 20만 이상을 돌파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현 등교 계획을 강행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2명이 추가로 확인돼 누적 168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 관련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규모는 감소세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후 지난 10일부터 30명 안팎을 유지했던 신규 확진자수는 13일부터 20명대를 유지하다 16일 9명으로 줄었다. 이날 6명으로 이틀째 10명 미만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신속한 접촉자 파악과 진단검사에 의해 추가 확산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리의 우수한 방역체계가 다시 한번 발휘되고 있다. 국민들의 협조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감소세에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방대본의 판단이다. 이태원 클럽들을 중심으로 1차 감염집단이 형성됐고, 이들을 통한 확진자가 정점을 그렸다면 이제는 2‧3차 이상 감염이 확산할 수 있는 시기다. 이미 4차 전파 사례도 나왔다. 특히 방역당국이 아직 못 찾아낸 2‧3차 감염자가 충분히 있을 수 있어 대량 확산의 고비는 이번 주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확진자 168명 중 클럽 방문자는 89명이며, 나머지 79명은 이들의 가족, 지인, 동료 등 2차 이상 감염 사례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클럽을 다녀온 분들의 확진보다는 다녀온 확진자들이 집이나 가정, 다중이용시설에서 바이러스를 노출함으로써 생기는 2~4차 감염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잠복기가 끝나지 않아 클럽 방문자의 발병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대본의 이 같은 우려와 당부에도 이번 주말(16~17일) 강남과 건대 등 일부 번화가는 20~30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서울시는 주말 동안 헌팅 포차와 같은 유사 유흥업소를 비롯한 단란주점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주말 간 강남, 건대 등 일대의 헌팅 술집과 유명 포차는 대기자가 많아 입장을 위해 휴대폰 번호를 적어놓은 사람들만 수십명이었다. 이태원과 홍대 등에서 연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젊은이들이 서울의 다른 유흥 지역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 상황을 확인하고 추가 대책을 세울지도 고심 중이다.
정 본부장은 "신천지 교회 같은 폭발적인 대규모 유행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오는 한 주 정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시설별 위험도를 조금 더 세분화하고 위험한 시‧도 단위나 지역 단위로 조치를 차등 적용하는 등 조금 더 미세하게 지역별, 시‧도별 조치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 주말을 전후해 2‧3차 감염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지역과 시설별로 방역 수위를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3명 증가한 1만1050명으로 집계됐다. 감염경로별로 해외유입은 7명, 지역발생은 6명이었다. 지역발생 확진자 중 5명은 이태원 클럽 확진자의 접촉자(2차 이상 감염)이며, 1명은 대구시에서 노인일자리 사업 시행 전 실시한 전수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다. 완치돼 격리해제된 사람은 37명 늘어 총 9888명으로 완치율은 89.4%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아 262명을 유지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지난 15일 기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요건을 채웠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다행히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숫자는 안정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고3 등교 개학은) 예정대로 20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고3은 오는 20일부터 등교수업을 시작한다.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부터,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부터,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부터 등교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코로나 종식이 불확실하고 가을부터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등교 수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보다는 철저한 방역을 하면서 등교를 개시해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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