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사례처럼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재택근무가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근무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도입한 재택근무가 직원들의 일자리, 육아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고용과 출산을 동시에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끊긴 여성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근무가 일과 출산, 육아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1일 열린 '제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4차 회의'에서 "전자상거래, 온라인교육, 재택근무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비대면 활동이 기존 오프라인 활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며 "인구구조 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코로나 영향(임팩트)이 가져올 새로운 질서에 대응하는 과제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0만3000명,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면서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수요와 맞물려 재택근무는 이미 인구 문제의 대안으로 많이 거론됐다. 일하면서 아이도 돌볼 수 있다는 근무 특성상 경력 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저출산 극복의 대안 중 하나로 꼽혔다.
딸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한 뒤 "출퇴근 부담이 없다 보니 아이를 재워놓고 새벽에 일하거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 집중해 일할 수 있었다"며 "일과 육아만 가능하다면 아이 하나를 더 갖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기업 재택근무 확산, 지자체-공공기관도 속속 도입
코로나19 사태는 직장 내 재택근무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삼성과 LG는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임산부 직원과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의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SK는 본사와 계열사 모두 1~2주간 재택근무를 했다. 기업마다 다양한 출산·육아 지원제도도 운용 중이다.
삼성과 LG는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임산부 직원과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의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SK는 본사와 계열사 모두 1~2주간 재택근무를 했다. 기업마다 다양한 출산·육아 지원제도도 운용 중이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출산 부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실시했던 경상북도의 사례도 주목받는다. 직원들은 아이가 생후 12개월이 되기 전까지 최장 9개월 동안 집에서 일할 수 있다. 주 5일 근무 기간 중 최대 4일 동안 집에서 일하고, 나머지 근무일은 출근하는 방식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공공기관 최초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재택근무를 병행하기로 했다. 만 8세 이하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직원은 주당 15~35시간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합쳐 최대 2년까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다.
재계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자리매김한 재택근무가 유연한 근로 형태의 효과를 알아볼 실험(테스트베드)이 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자구책으로 도입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기업들로선 재택근무처럼 다양한 근로 형태가 필요해졌다.
사무실 밖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전자결재와 화상회의시스템, 외부에서 근무해도 사내 정보가 유출되지 않는 보안 장치를 구축하면서 직원들은 시간과 공간이란 한계에서 벗어났다. 이동이 적어져 교통비·출장비 등 비용 절감과 함께 원하는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나 업무를 할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최근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재택근무가 필요한 근로자도 늘어나고 있고,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 몰입을 높일 수 있는 직군도 많아졌다"며 "사무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달, 근로자의 요구에 따라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로 형태를 갖추려는 기업의 탐색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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