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은 지나치게 높이 매겨진 학점을 감안해 블라인드 채용으로 옥석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학점 인플레 현상이 심해 학점으로 좋은 인재를 가려내는 일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잠재적 구직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수 밖에 없다. 하나의 학점이라도 더 좋은 등급을 따놔야 한다는 생각일 수 밖에 없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취업률은 대학의 명성과 평판 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을 가늠하는 평가요소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가능한 학점을 후하게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2014년 이후 교육부는 재수강 여부를 표시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성적증명서에 재수강 여부가 표시됐다고 해서 크게 당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여기에 일부대학들은 선호도가 낮은 외국어 강의 등을 절대평가로 바꿔 학점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데 기름을 붓고 있는 형편이다.
학점인플레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큰 의미가 없는 학점보다는 자체시험을 통해 선발하거나 학점 말고도 다양한 스펙과 사회경험 등 신입사원 선발과정이 빡빡해졌다. 심지어는 다년간의 기업 근무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활 이외에 별도로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경력급’ 신입사원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높아진 학점탓에 파생된 일이다.
특히 절대평가 방식을 놓고 최근 대학가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수업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에서 올 1학기 학점을 절대평가 형태로 매기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험을 볼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감안해 중간고사를 보지 않거나 객관식에 가까운 시험을 통해 절대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온라인강의 일정 연장에 맞춰 절대평가를 도입한 상황이다. 연세대는 공정한 시험을 위해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는 대신 절대평가 방식으로 학점을 주기로 했다. 서강대, 세종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도 마찬가지다.
상대평가를 하고 있는 대학의 학생들은 절대평가를 하는 대학보다 학점에 있어 불리한 상황이라고 불만이 크다. 성균관대와 한양대가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시험을 대리로 치러도 누가 알겠냐는 것이다. 반면 절대평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험 난도가 지나치게 높아 시험성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경우 모두 낮은 학점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엄격한 시험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관계자는 “엄격한 학사관리를 진행 중”이라며 “상대평가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지금같은 비상상황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진척도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임시로라도 절대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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