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최고위원은 향후 비대위 체제가 안착하게 되면 고속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마음이 맞는다면 당원가입도 적극적으로 권유할 계획이다. 강성 우파의 목소리가 높은 현재 통합당의 ‘짠물’을 빼기 위해선 담수가 더 많이 유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금을 빼는 것은 오만하고 불가능한 일이다. 중도적 생각을 가진 당원을 많이 확보해서 전체적으로 희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최고위원의 생각이다.
Q. 청년정치의 대표주자란 평가를 받는다. 청년정치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조언을 해준다면.
“지난 8년, 정치에 입문하고 걸어왔던 길은 아주 바늘구멍 같았다. 그 당시 태동했던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를 얻었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도 4년간 인지도를 높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후 출마를 하고 당을 나갔다가 다시 합치면서도 내 영역을 구축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겐 굉장한 부담이다. 제 모델을 따르라고 하는 건 굉장히 나쁜 얘길하는 거다. 다만 그 길에 유혹을 느껴서 위험한 길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정당은 절대 정치인을 키울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본인이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발언을 하더라도 본인이 타이밍을 맞춰야 하고, 그걸 염두에 두면서 움직여야 한다. 이건 코치해줄 수 없고 본인에게 발현되는 능력이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건 기본적 능력치가 되는 사람을 심어서 싹이 트길 바라는 것이다.”
“청년정치라 함은 청년을 대표한다는 생각보다 청년이 좋아하는 방식의 정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은 대한민국의 평균적 청년의 생각으로 사는 것이다. 근데 여의도에 잠깐이라도 있으면, 이 안에서 돌아다니는 두 거대정당을 합쳐 50명이 안 되는 청년들의 경쟁과 상상 속에서 빠져 살게 된다. 제 경우 바른미래당 때도 청년 몫 최고위원이 아니라, 당 대표를 출마해서 최고위원이 됐던 게 리그 자체를 마이너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번에 김재섭·천하람·조성은씨 셋이서 청년비대위를 한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청년비대위 한다고 하면서 이준석 비대위원장 얘기하더라. 전날 제게 식사를 하자고 해서 식사 자리에서 만났는데 난 단호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거부했고, 청년비대위 얘기를 거부했다. 비대위원이나 최고위원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은 성장의 의미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 내가 공익적 의미에서 할 건 당의 구멍을 메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직을 탐할게 아니라 일을 탐 할 때란 생각이다. 어떤 형태의 비대위든, 누가 주도하든 비대위든,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리사욕 차원에서 들여다보자. 아까 말한 20~30대 지지층을 어떻게 묶어내느냐, 그리고 어떻게 분노한 시민의 단계를 넘어 방향성을 갖게 만드느냐라는 건 지도자가 해야 할 영역이다. 그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몇 명 안 되기 때문에 내가 그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좀비 최고위가 종결되고 비대위 체제가 되면 올 여름은 전국을 돌면서 젊은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재밌는 게 고속버스 무제한 패스라는 게 있다. 이걸 일주일 단위로 끊어서 전국 하루 두세 군데 가면서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그게 성공하면 꽤나 재밌는 사람들이 함께하게 될 거다. 마음이 맞으면 적극적으로 당원가입을 권유할 거다. 지금보단 당원구조가 덜 짠맛(이 최고위원은 강성 우파적 당 분위기를 짠 맛에 비유했다)으로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봐도 지금의 당은 너무 짠물이다. 중·고교 과학 교과서에서 소금물의 농도가 높을 때 소금을 빼는 방법은 안 가르쳐준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에서도 그렇고 과거 새누리당 때도 중도화를 얘기하면서 친박 청산, 극우 보수 청산 이런 얘길 하면서 써온 방법론은 소금을 빼겠다는 거다. 이건 오만하고 해본 적도 없는 길이다. 굳이 소금 빼는 방법이라면 무조건 물을 타는 방식으로 가야 된다. 중도적 생각을 가진 당원을 많이 확보해서 전체적으로 희석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Q. 당의 구조적인 개혁이나 혁신 작업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대한민국의 공무원을 음서제도가 아니라 행정고시를 통해 뽑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역량을 갖춘 사람이 공부를 하고 지원을 한다. 우선 이 당에 계속 인재가 들어오길 바란다면, 인재 걱정이 없게 하려면 인재 선발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과거 바른정당 시절에 토론 배틀 방식으로 훌륭한 인재가 들어온 것처럼, 그런 걸 좀 더 정례화하고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식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과거 조선에서 대과를 치르고 진사시, 생원시를 치르는 것처럼 우리당 내에서도 사무처 당직자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 있으면 특정 당직, 예를 들면 사무처 당직자도 대변인에 응할 수 있게 해주고, 인사 고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정책 공모를 한다거나, 연설 대전 같은 걸 해야 한다. ‘영입’ 대신 ‘선발’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있게 바꿔야 한다. 당원투표 만으로 인재를 선발한다는 건 정의당이 보여주는 모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덩어리를 이룬 일부가 당 정체성을 흔들고 자기측의 후보를 꽂을 수 있기 때문에 지양돼야 할 방식이다. 공정한 선발이 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Q. 혁신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인적 혁신’이다. 공천과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인적 혁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혁신이 가능한가.
“전당대회 때까지는 당 방향성의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전대를 통해서 선출된 대표의 권위가 세워질 때까지 ‘누가 뭘 하든 넌 그렇게 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전대를 통해 당 대표가 선출되면 명시적으로 경제·안보·교육에 대한 관점을 만들어야 된다. 각 대선 후보들도 만들겠지만, 그 대선 후보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된다. 당장 정부여당의 경우엔 이번에 재난수당을 추진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라고 명칭을 붙였지만, 일부에선 재난기본소득이란 명칭을 쓰는 걸 보고, 대선을 앞두고 큰 기술을 걸 준비를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여파가 1~2년 지속된다고 봤을 때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이란 단어 던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보수는 예스냐, 노냐로 전쟁을 치를 수 있겠나. 그게 무상급식 찬반과 뭐가 다르냐는 생각이다. A와 A´로 다시 대결하는게 아니라 A와 B가 경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유일한 과제다. 기본소득이란 것은 보수적 관점에서도 풀 수 있다. 복잡한 복지정책을 단순화하고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관점으로 기본소득을 추진할 수 있다. 철학적으로 푼다면 보수는 작은정부론에 가깝게 가고, 조세에 있어서도 세액공제 등을 단순화하고, 국가의 갖가지 복지 의무를 덜어내고, 소득 재분배라는 유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집단으로 간다는 철학적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그 정도 큰 기술이 아니면 기본소득 담론에 맞서기 힘들다. 정부가 가구당 4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뿌리는데 여기에 대해 나쁜 평가를 하기 어렵다. 가구당 40만원에서 100만원이면 1인당 20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얼추 10조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이것 때문에 나라가 망하진 않는다. 대신 유권자는 이 맛은 봤다. 대선 때 기본수당을 추진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Q. 통합당이 집권하기 위해선 어떤 구도가 만들어져야 하나.
“지금의 대선 구도를 보자. 예를 들어 유승민·홍준표·황교안·안철수 4명이 있다고 했을 때 만약에 대선이 다음 달이라면 이낙연 또는 이재명과 가상대결을 붙여서 유의미한 차이로 1등을 하는 사람이 나가게 될 거다. 그 후보가 그렇게 매력적일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저는 이 안에서 서로 간에 라이벌 구도나 연대의 구도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본다. 원래 합종연횡이란게 그런 거다. 합종연횡 과정을 즐기고 잘해야 되는데 처음에 어떻게 전장을 가를 것이냐가 대선 주자의 승부수다. 이 당에서 과거 전선을 그은 지점은 탄핵에 대한 찬반이다. 다만 이번엔 탄핵 찬성파란 사람들이 애국보수 마인드로 집권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 전선이 서진 않을 것이다. 여러 지점에서 선을 그을 수 있어. 유승민과 안철수가 중도화 얘기하면서 홍준표, 황교안과 선을 그을 수 있는 거다. 제 개인적으론 이번에 사전투표 조작설이 나올 때 상식과 비상식이란 선을 그어 봤다. 선은 여러 가지로 더 그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론의 보수버전에 대한 찬반이 갈릴 수 있다. 재밌는 구도가 나오길 기대한다.”
Q. 선이라고 표현했는데, 결국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다음 대선의 핵심 이슈는 무엇이 될 거라고 보나.
“경제다. 호사가들은 AI(인공지능)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등 국민이 못 알아듣는 얘기를 하는데 본질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부의 재분배로 해결해야 되는 과정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 기본소득제라고 하면 과거로 따지면 배급제와 닿아있는 것이다. 그때는 쌀 몇 그램 이렇게 준 거지만 기본소득은 지금은 살 아이템을 네가 골라라고 일정한 부분의 삶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한 대안담론을 만들어야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할 건 명확해 보인다. 홍준표 당선자는는 좌파 포퓰리즘을 얘기할 거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유승민 의원이나 안철수 대표가가 매력적인 대안이 있느냐, 지금까지 이런 틀 안에서 얘기한 건 없다.”
Q. 여권에서 이낙연 당선자가 유력 주자로 독주하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나.
“이낙연 전 총리가 이천 화재 사고를 당한 유가족을 방문했을 때 그 상황 자체가 부각이 되는 걸 보면서 나는 이 전 총리의 그때 그 발언들과 야당의 대정부 질문을 받아치는 화법은 다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화법은 똑같은데 어느 편에 서있느냐에 따라 인식을 달리 하는게 아닐까 싶다. 한계가 명확해 보이는 지점이다. 이 전 총리는 생각보다 맹목적 지지층이 별로 없구나, 이재명 지사의 손가혁(손가락혁명군)만 못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결국엔 대선 때가 되면 난타전이 벌어지게 되고, 내가 가진 최정예 병력이 중요한데 그걸 형성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Q. 통합당의 혁신, 그리고 정권교체 등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어떤 정당에서든 간에 지휘관, 말단 지휘관 역할을 해왔다. 작전을 수립했을 때 항상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나 체계가 없다는 것에서 한계를 절감했다. 이젠 육군 훈련소장의 느낌으로 가야되는 거 아닌가 싶다.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2차 세계대전을 다룬 미국 드라마) 보면 윈터스 대위가 전쟁에서 전공을 세운다. 그렇지만, 공수부대원들을 훈련시킨 사람, 소블 대위가 병사들의 전투 능력을 키워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선까지 2년,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