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한명숙 판결 뒤집기 시도한 與...“재심 자체도 쉽지 않다”

여권, 공수처 수사에 무게..."수사 범위에 들어가"

더불어민주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의 확정판결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향후 진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은 연일 한 전 국무총리가 검찰 강압 수사의 ‘피해자’란 프레임을 내세우며, 재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는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당장 재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①한명숙 뇌물수수 사건은 무엇인가

한 전 총리는 사업가인 고(故) 한만호씨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유지했지만, 두 번째 공판에서는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1심은 한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금융거래 내역 등 증거를 봤을 때 돈을 건넨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를 확정했다.

②한만호 비망록...논란의 핵심으로

최근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해 유죄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강압적으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이 공개됐다. 비망록에는 “한 전 총리가 유죄가 나오면 재기할 수 있게 (검찰이) 돕겠다고 했다”, “총리가 아닌 한나라당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이 덮었다” 등의 내용이 있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은 “이미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돼 근거가 없다고 판단된 것”이라며 “돈을 다른 정치인에게 줬다는 내용은 한 전 총리에게 준 돈의 사용처를 허위로 만들어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③민주당 ‘재심 청구’ 가능하나

형사소송법 420조에 따르면, 증거나 진술이 명백히 위·변조됐거나 허위인 경우, 무죄라는 확실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을 경우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또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와 관련한 죄로 확정판결을 받았을 경우도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

한만호 비망록을 ‘새로운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물론 한씨의 위증 사건까지 이중으로 대법원 판단이 내려져 비망록만으로는 재심이 개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이 한씨를 회유 또는 협박해 진술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권에서는 재심보다는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며 “공수처는 독립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명숙 사건' 여권서 재조사 촉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일 검찰의 강압 수사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개된 고(故) 한만호 씨의 옥중 비망록 내용을 거론한 뒤 "이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면서 "한 전 총리는 2년간 옥고를 치르고 지금도 고통받는데, (재조사 없이) 넘어가면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