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에 균열이 생겼다. 미증유의 재난 앞에서 각국은 빗장을 걸어잠갔고,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작년보다 13~32%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1.4%라는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로 민간소비 감소에 따른 것이며,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는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흔들리는 것을 목격한 세계는 크게 두 가지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는 ‘글로벌 생산망 다변화’이다. 전 세계 제조업 최종 생산품에 대해 중국의 부가가치가 기여한 비중은 2005년 7.4%에서 2015년 19.1%로 확대되었다. 그동안 글로벌 밸류체인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형성된 결과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밸류체인 형성에서 ‘위기관리’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중국의 공장이 멈추자 하늘이 깨끗해진 광경을 보며 많은 이들이 중국 중심의 밸류체인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으며, 향후 효율성보다는 안정성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공급망 재편과 분산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의 확대이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중심주의 기조 하에서 법인세 인하, 규제 철폐 등 리쇼어링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기업의 유턴 촉진 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Reshoring Initiative)’에 따르면 2010년 95개에 불과하던 유턴 기업 수는 2018년 886개를 기록했으며, 특히 트럼프 정부 첫해인 2017년부터 그 수가 급증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소사이어티 5.0), 독일(인더스트리 4.0) 등 주요국들은 자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리쇼어링 정책은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주된 목표로 추진돼 왔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기에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 리스크 감소’라는 새로운 목표가 추가된 만큼, 자국으로의 기업 유치 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기업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에서의 기업활동이 다른 나라에서의 활동보다 더 큰 만족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법인세율 인상 등 최근 몇 년간 기업환경 개선과는 거리가 먼 노동‧조세 정책들이 실시되었으며, 국민연금을 활용한 기업경영 간섭 시도, 상법 시행령과 특경법 개정 등 기업‧기업인의 운신 폭을 좁히는 규제들도 이루어졌다. 이에 더하여 원격의료 금지, 타다금지법 통과, 인터넷은행법 부결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막혀 있는 상황이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전년 대비 두 계단 올라갔지만(15위→13위),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노동시장 부문(48위→51위)과 기업활력 부문(22위→25위)의 등수는 오히려 세 계단씩 내려갔다. 기업 유치와 관련해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가 ‘퍼스트 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경기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을 바로잡는 한편,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 코로나가 물러난 이후 글로벌 밸류체인은 어떤 식으로든 복원될 것이다. 새로운 밸류체인 하에서 한국이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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