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인줄 모르고 맞았다"…전 프로출신 지도자 약물투여 피해 학생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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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5-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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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이 운영하는 야구교실에서 금지약물을 투여받은 고등학생 야구선수가 4년 자격정지가 가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여상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금지약물을 맞은 고등학생 야구선수 A군은 지난 3월 17일 행정법원에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자격정지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냈다.

경제적 약자의 재판 비용을 지원하는 소송구조제도를 통해 이달 초 이 사건을 맡은 길기범 변호사(로진 법률사무소)는 26일 "A군 부모는 이여상이 해당 약물을 '비타민'이라고 소개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소송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여상은 야구교실에서 청소년 선수들에게 돈을 받고 금지약물을 주사·판매하는 등의 혐의(약사법 위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올해 1월 KADA의 선수·지도자 6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A군은 2018년 10월 이여상이 서울 송파구에서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에 등록했다. 그는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12차례에 걸쳐 금지약물을 투여받았다.

이후 지난해 6월 A군 소변검사에서 금지된 동화작용제인 '19-노르안드로스테론'(19-NA)이 검출됐고, KADA는 A군에게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약물은 단기간에 근육을 키워준다고 알려졌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 성기능 장애, 성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자격정지 처분으로 인해 대학 진학이나 프로 입단이 어려워져 사실상 선수 생명이 박탈될 위기에 놓였다.

A군 부모는 다시 판단해 달라고 KADA에 요청했지만, KADA 항소위원회에서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ADA 관계자는 "A군 측이 제시한 근거가 청문회 때 검토된 근거와 특별히 다르지 않아 추가로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처분 수위는 약물의 종류와 투약의 고의성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A군의 경우 약물을 고의로 맞았는지 여부가 처분 수위의 관건이 됐다.

KADA는 A군이 고가의 약물을 12차례나 투약한 것 등으로 미뤄 금지약물 사용에 고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군 부모는 "당시 이여상은 비타민 주사이며 금지약물이 절대 아니라고 했고, 약물의 명칭·성분·부작용 등 자세한 설명도 못 들었다"며 약물을 강권하는 분위기여서 아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투약에 응했다는 입장이다.

길 변호사는 "이여상이 KADA와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을 봐도 A군 부모에게 해당 약물 성분을 설명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프로 출신 이여상의 지속적인 권유를 부모가 거절하거나 따져 묻기 어려운 위치였다"고 말했다.

방명기 변호사(로진 법률사무소)는 "이여상 야구교실의 다른 코치도 A군과 부모는 약물 성분을 몰랐다고 진술했다"며 "이여상의 형사판결문에도 A군이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적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KADA 관계자는 "도핑방지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지키기 위해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여상은 2006년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2017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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