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26일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곳인 만큼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하면서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것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검찰 수뇌부가 수사의 명분이나 동력으로 삼을 만큼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고발을 명분으로 6일만에 수사를 착수한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이 되지 않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했을 때보다 '명분'이 생겼을 때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털면 나온다'는 생각이 검찰조직 저변에 탄탄하게 깔려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윤 총장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검찰이 두 차례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가 착수된 상황이기 때문에 의례적인 수준 이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당장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폭로나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은 없고, 주로 서운함을 토로한 것"인 만큼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견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는) 검찰이 판단할 일이지만 기자회견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단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은 정의연의 회계 담당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면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들에 대한 목적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사안들을 살펴보면 정대협과 정의연의 부실 회계 처리 의혹, 윤 당선인 개인계좌 모금, 그리고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검찰로 들어온 고발사건들에 대한 혐의 등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정 어떤 부분을 보고 있는지 여부는 말씀드리기기는 어렵고, 전체적인 사안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25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할머니는 대부분의 시간을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는데 할애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 박물관 대표는 아니어도 대표 대우는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3월 30일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해서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 한 번 와야 하지 않겠느냐. 오지 않으면 기자회견하겠다'고 했다"며 "그때 윤미향이 큰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하라고 해서 한 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당선인과 만나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줬을 뿐 용서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며 "자기 사리사욕 챙기려고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 나가놓고 무엇 때문에 용서를 바라느냐"고 소리쳤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나 정의연의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제기는 없었다. 오히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직접 언급을 회피하기도 했다. 검찰수사의 여지가 될 만한 부분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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