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꽂힌 MSCI···싱가포르 아닌 홍콩 선택
일단 홍콩은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계약을 유치하며 '아시아 금융 허브' 체면을 유지했다.
27일(현지시간) 홍콩 증권거래소는 "MSCI와 계약을 통해 아시아·신흥국지수 선물 옵션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홍콩 거래소가 새로 선보일 MSCI 선물 옵션 파생상품은 모두 37종이다.
리샤오자 홍콩거래소 총재는 "MSCI가 홍콩을 선택한 건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 자신감에 한표를 던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는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MSCI가 홍콩을 선택한 게 중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통과를 밀어붙이면서 사실상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아래 홍콩 자치권이 침해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에 미국은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홍콩이 그동안 중국 본토와 별도로 누려온 무역, 투자, 관세 등 방면에서의 특혜를 폐지할 것이라 수 차례 경고해왔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 발표 이후 홍콩 투자환경 불확실성 우려 속 글로벌 자금이 이탈하며 홍콩 주가는 뚝뚝 떨어졌다.
이와 관련, MSCI는 '차이나머니'를 염두에 두고 홍콩거래소와 계약을 맺었음을 확인했다. 27일 헨리 페르난데스 MSCI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증시에는 더 큰 고객층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중국 본토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증시 하락장 떠받치는 중국 '국가대표팀'
실제로 현재 침체된 홍콩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중국 본토 기관, 개인투자자가 홍콩 증시에서 모두 354억 달러(약 43조원) 어치 주식을 순 매입했다. 2017년래 최고치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홍콩 보안법 제정을 강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홍콩 증시 폭락장 속 메수세는 더 거세졌다. 이들이 주로 매집한 것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국유기업 주식이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3월 홍콩 항셍지수가 3여 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을 때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하락세를 틈 타 대량 매수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 투자자들 배후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가대표팀'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국가대표팀’이라 불리는 국영기업 산하 증권사들은 홍콩 증시를 안정시키는 구세주 역할을 한다. 3년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방문했을 때도 홍콩 증시 안정을 위해 홍콩 주식 매입에 앞장섰다.
다만 국가대표팀도 홍콩 증시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27일 보고서에서 홍콩 항셍지수의 연말 예상 주가를 최저 2만1300선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항셍지수에서 약 2000포인트(8.595) 하락한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홍콩 항셍지수 주가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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